시조가 있는 아침

(82) 아름다움의 한가운데

bindol 2022. 1. 28. 15:48

(82) 아름다움의 한가운데

중앙일보

입력 2021.07.29 00:18

업데이트 2021.07.29 01:13

유자효 시인

아름다움의 한가운데

이지엽 (1958~)

마른 땅 위에 한나절 비가 내리고
트랙터 지나간 뒤
깊게 패인 자국들!

세상의 모오든 길들은 상처가 남긴 살점이다

- 우리시대현대시조100인선 62

아름다움의 뒤에는 고통이 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상처를 남기는가? 가뭄 끝의 단비가 지나간 뒤 트랙터 지나간 자국이 깊게 남았다. 상처가 남긴 살점. 그 길을 우리가 간다.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팀이 계속 승전보를 전해오고 있다.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이 된 것은 그해 가장 잘 쏜 선수를 뽑는 엄격한 선수 선발이 그 비결이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한국 양궁 대표선수가 되면 지옥 훈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 단체팀은 17세 소년과 29세 청년 그리고 40세 중년으로 구성됐는데, 오직 과녁의 중심 가까이에 쏜 것만을 선발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40세 오진혁 선수는 어깨 회전근 힘줄 4개 중 3개가 끊어진 상태라고 한다. 진통제로 버텨냈다는 그의 투혼이 눈물겹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은 그냥 오지 않는다. 아름다울수록 그 뒤에는 엄청난 고통이 있다. 우리 선수들을 비롯한 세계의 올림픽 영웅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그들이 이루어내는 아름다움을 보는 이 여름이 복되다.

이지엽은 ‘우리시대현대시조 100인선’과 ‘한국현대시조대사전’을 펴내 현대시조를 체계화했다. 지난 6월에는 진도에 ‘시에그린 한국시화박물관’과 ‘여귀산미술관’ 그리고 ‘진도수석박물관’을 개관했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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