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83) 까마귀 눈비 맞아

bindol 2022. 1. 28. 15:48

(83) 까마귀 눈비 맞아

중앙일보

입력 2021.08.05 00:18

 

유자효 시인

까마귀 눈비 맞아

박팽년 (1417∼1456)
까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夜光) 명월(明月)이 밤인들 어두우랴
임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줄이 있으랴

-병와가곡집

 

사육신의 유일한 후손

검은 까마귀가 눈비를 맞으니 희게 보인다. 그러나 그의 검은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밤이라 하더라도 달빛은 밝다. 그와 마찬가지로 임을 향한 나의 한 조각 붉은 마음은 변치 않는다. 사육신의 한 분인 박팽년(朴彭年)이 남긴 시조다.

단종을 복위시키려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아버지 박중림(朴仲林)과 형제 인년(引年), 기년(耆年), 대년(大年), 영년(永年)이 모두 죽임을 당하였다. 아들 헌(憲)과 순(詢)도 죽임을 당하였고, 분(苯)은 유배되어 위리안치되었다. 여인들은 종으로 전락해 멸문되었다. 그런데 둘째 아들 박순의 부인이 아기를 배고 있었다. 대구에 관비로 간 부인의 유복자로 태어나서 사육신 가운데 유일하게 손을 이었으니 순천 박씨 충정공파다.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에 따르면 조정에서 “아들을 낳거든 죽이라”고 하였는데, 마침 딸을 낳은 여종이 아기를 바꾸어 자기 자식으로 삼고 이름을 박비(朴婢)라 했다고 한다. 성종대에 이르러 박순의 동서 이극균(李克均)이 경상감사로 와서 열일곱 살이 된 박비를 불러보고 눈물을 씻으며 말하길 “네가 이미 장성하였는데, 왜 조정에 숨기는가”하며 자수시켰다. 왕이 ‘오직 하나뿐인 산호 같은 귀한 자식’이란 뜻으로 일산(壹珊)이란 이름을 하사하였다. 대구 달성군 하빈면 묘리 삼가헌에 그의 후손이 살고 있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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