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22] 자랑하고픈 마음
공자가 제자들에게 공부하는 목표가 무엇이냐 묻자 수제자 안회(顏回)는 “제가 잘한 일이 있더라도 내세워 자랑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願無伐善]”라고 답했다. 이때 벌(伐)은 ‘치다’나 ‘베다’라는 뜻이 아니라 ‘자랑하다’라는 뜻이다.
사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를 내세우고 싶어 한다. 그러나 군자는 그래서는 안 된다. ‘논어’ 편집자가 첫머리에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속으로조차 서운해하지 않아야 진실로 군자가 아니겠는가”라는 구절을 배치한 까닭도 그 때문일 것이다.
공자는 누구보다 위선(僞善)을 경계했다.
“누가 미생고에 대해 곧다[直]고 말했는가? 어떤 사람이 미생고에게 식초를 빌려달라고 하니 자기가 직접 이웃에 가서 구해다가 주더라!”
얼핏 보면 미생고가 보여준 선행에 대해 공자가 너무 인색하게 평을 내리는 듯하다. 그러나 공자는 아주 미세한 데서 ‘오지라퍼’ 미생고가 내세우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읽어낸 것이다. 자신은 이처럼 세심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임을 은근히 보여주려 했다는 말이다.
그러면 미생고는 어떻게 했어야 공자에게 ‘곧다’는 평을 들을 수 있었을까? 간단하다. “미안한데 우리 집에는 없어요.”
이런 곧음은 공적 영역에서 반드시 요구된다. 특히 신하에게는 필수 항목이었다. 그래서 옛말에 직신(直臣)은 있어도 직군(直君)이란 말은 없다. 명군(明君)에 직신(直臣)이라 했다. 그러려면 임금은 신하의 곧음과 곧지 못함을 정확히 분별해야 한다. 그것이 눈 밝은 임금, 즉 명군이다.
얼마 전 한 대통령 후보가 전세 낸 열차 의자에 신을 신은 채 발을 뻗은 사진이 공개됐다가 사과까지 하는 일이 있었다. 과연 얼마나 뉴스 가치가 있는 사진인지 저마다 평가는 다를 것이다. 다만 딱 하나, 거기에 얼굴이 드러난 수행 인원이 있었다. ‘나 지금 후보 곁에 있어’를 자랑하려다 그 사달이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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