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78] ‘잔꾀’ 올림픽

bindol 2022. 2. 11. 04:58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78] ‘잔꾀’ 올림픽

입력 2022.02.11 00:00
 
 

강태공(姜太公), 손무(孫武), 범려(范蠡), 귀곡자(鬼谷子), 장량(張良)에 이어 마오쩌둥(毛澤東)과 저우언라이(周恩來)까지…. 남과의 싸움에서 희한하다 싶을 정도의 능력이나 생각을 선보였던 중국 유명 인물들이다.

중국은 그 싸움의 생각이 깊다. 일정한 패턴이라고 해도 좋을 명맥과 체계를 갖췄다. 이른바 ‘모략(謀略)’의 정신세계다. 우리는 이를 곧장 음모(陰謀)로만 푸는데, 사실은 그보다 중립적이다. 오히려 싸움 방도인 ‘전략(戰略)’으로 이해해야 한다.

/일러스트=김성규

속임수가 판치는 음모의 반대는 양모(陽謀)다. 드러내놓고 벌이는 전략의 구성이다. 따라서 모략은 어두운 속임수로 내려앉을 여지와 함께 떳떳한 싸움법으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 심술(心術)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저 ‘못된 마음’ 정도로 이 단어를 쓰지만, 중국의 용례로는 싸움에 관한 진지한 모색이다. 역시 하강(下降)과 상승(上昇)의 가능성을 다 보이는 모략의 동의어다. 싸움에 관한 천착이 깊지 않은 우리가 그저 어두운 측면만을 봤을 뿐이다.

모략이 밝고 긍정적인 쪽으로 쓰이면 지모(智謀)다. ‘슬기로운 계책’의 뜻이다. 지혜로운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반대로 사용하면 권모(權謀)와 술수(術數)로 기운다. 룰(rule)에 아랑곳하지 않는 임의적인 속임수에 가깝다. 그 경우를 우리는 ‘잔꾀’라고 일컫는다. 어둡고 비뚤어진 생각이다. 일찌감치 모략을 집대성했던 중국은 어느 시점부터 늘 하강해 화려했던 전쟁의 사고 체계를 권모와 술수로 내려앉혔다. 지혜로의 상승이 아닌, 잔꾀로의 경사(傾斜)다.

이번 베이징(北京) 동계 올림픽의 ‘금메달 쇼’가 그 점을 잘 드러낸다. ‘주군(主君)’의 연임을 위한 관료들의 충성심이 큰 원인이지 싶다. 그로써 중국은 ‘잔꾀의 나라’ 이미지를 더 튼튼히 굳힐 듯하다. 제 문명의 퇴행적 연역(演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