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79] 여성 납치와 인신매매

bindol 2022. 2. 18. 05:13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79] 여성 납치와 인신매매

입력 2022.02.18 00:00
 
 

눈이 먼 산? 그렇게 오해할 수도 있는 중국 영화 제목이 있다. ‘맹산(盲山)’이다. 2007년 나왔으나 중국 국내에서는 방영 금지 조치를 받았다. 내용은 깊은 산간벽지로 납치당한 여성의 눈물겨운 탈출기다.

/일러스트=박상훈

중국 서북 지역 깊은 오지로 간 여성은 대학을 마친 인텔리다.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사기꾼 꾐에 말려 벽지로 이동해 마취를 당했고, 급기야 현지 노총각의 신부로 팔린다. 갖은 탈출 노력을 펼쳤으나 번번이 실패한다.

결국은 자신을 구하러 온 부친과 몸싸움을 벌인 ‘남편’을 살해함으로써 끝을 맺는다. 국내 방영 허가를 얻기 위해 다른 결말도 만들었으나 당초의 영화 설정은 그렇다. 이른바 ‘여성 유괴 및 인신 판매’의 심각한 범죄를 다룬 작품이다.

요즘 한(漢)을 세운 유방(劉邦)의 고향 쉬저우(徐州)가 들썩인다. 납치당해 이곳에 정착한 한 여인의 이야기 때문이다. 여덟 남매를 낳았으나 ‘정신병’을 이유로 목에 쇠사슬이 묶인 채 가축 우리 같은 곳에 갇혀 지냈다.

 

지난달 말 이 사건이 알려진 뒤 일거에 수천만의 조회가 몰렸고 지금까지 관심은 동계 올림픽에 못지않다. 당국의 시원찮은 조사 결과는 네티즌들의 혹심한 공격을 받고 있다. ‘약인(略人)’이라고도 했던 전통적인 인신 납치 및 판매로 1986~1989년 쉬저우에 정착한 여성이 4만8000명이라는 통계도 나왔다.

‘맹산’이라는 영화 제목이 암시하는 뜻은 ‘무언가를 보고서도 못 본 체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따라서 부조리와 범죄가 더욱 횡행하며 인권(人權)은 쉽게 짓밟히는 세상을 가리킨다. 깊고 어두운 문명의 사각(死角)이다.

중국에는 아직 여성과 아동의 납치·매매 등이 버젓이 벌어진다. 중국이 진정한 문명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꼭 넘어야 할 ‘맹산’이다. 쉬저우 피해 여성을 구제하려는 민간의 발길이 더 넓은 인권 영역으로 확산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