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81] 러시아에는 늘 약한 중국

bindol 2022. 3. 4. 04:53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81] 러시아에는 늘 약한 중국

입력 2022.03.04 00:00
 

요즘 중국인들은 러시아를 ‘북극곰[北極熊]’이라 부른다. 그러나 100여 년 전에는 그 호칭이 퍽 특이했다. ‘털북숭이’라는 뜻의 ‘모자(毛子)’가 일반적이었다. 때로는 그 앞에 친근감, 또는 얕잡아 보는 의미의 노(老)가 붙었다. 지금 중국 동북 지역 사람들은 제정(帝政) 시절의 러시아와 싸움이 잦았다. 전투가 벌어지면 술을 마신 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사납게 다가오는 러시아인들이 두렵기도 했다. 그래서 중국인에게 러시아인들은 늘 ‘호전적인 민족[戰鬪民族]’의 이미지다.

/일러스트=김성규

동북 지역 하얼빈(哈爾濱), 치치하얼(齊齊哈爾) 등은 그때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 생긴 지명이다. 당시에는 이곳으로 터전을 옮겨 정착하는 러시아인도 흔했다. 그로써 혼혈인이 많아지자 중국인들은 그들을 ‘이모자(二毛子)’라고 지칭했다. 이 명칭은 다른 뜻도 포함한다. 러시아인이나 서구 열강(列强)의 백인들을 위해 이바지했던 ‘앞잡이’라는 뜻도 있다. 따라서 힘센 사람에게 붙어 충성하는 주구(走狗), 민족 배신자라는 뜻의 한간(漢奸)이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쇠약해진 청(淸) 왕조는 급기야 동북 지역의 상당한 영토를 이 러시아인들에게 빼앗겼다. 그래서 그들의 신체적 특징을 빌려 부르는 ‘털북숭이’ 호칭에는 빈정거림과 함께 두려움도 분명히 담겨 있는 편이다. 그 때문인지 중국은 늘 러시아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 요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세계 주요 국가도 중국이다. 러시아는 아예 중국을 든든한 조력자로 여기는 분위기다.

일찌감치 ‘정의로운 전쟁[義戰]’ 개념을 세웠던 중국이다. 도덕의 잣대로 싸움 성격을 헤아렸던 일이다. 따라서 러시아가 제 이익에만 이끌려 벌인 우크라이나 침공에 중국이 침묵으로 일관하면 곤란하다. 자칫 러시아 앞잡이라는 뜻의 ‘이모자’라는 누명도 뒤집어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