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25] 간신 없는 세상을 꿈꾸며
오늘부터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새 대통령이 새 사람들과 새 정부를 꾸려갈 것이다. 두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선거 공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중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단임제 5년 대통령 선거제도는 구조적으로 선거 공신을 배출해 왔다. 그러나 예로부터 공신과 사직지신(社稷之臣)을 분간하지 못하면 국정은 한순간에 엉망이 되었다.
공신은 공로를 기반으로 자기 지분을 요구하는 사(私)일 뿐이다. 이들에 대한 대처법 또한 옛날부터 나와 있다. 논공행상(論功行賞)이 그것이다. 이 말을 잘 음미해야 한다. 공신에게는 그 공로를 논해서 상을 주라는 말인데 실은 이 말의 깊은 뜻은 자리를 주지 말라는 뜻이다. 자리는 능력과 다움[才德]을 잣대로 삼아야지 공로를 잣대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새 대통령은 과거 정부의 실패를 거울 삼아 이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어서 명군(明君)과 직신(直臣)이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가 눈 밝지 못하면[不明] 간신들이 스멀스멀 기어든다. 애초에 리더가 눈 밝게 간사한 마음을 품은 자들을 찾아내고 가려낸다면 간신들은 자기들이 설 자리가 없음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리고 떠나간다.
명군이란 일에 밝고[睿] 사람에 밝은[知] 리더를 말한다. 직신(直臣)이란 사사로움을 버리고 국가의 공을 잣대로 삼아 리더를 섬기고 일을 하는 곧은 사람이다. 그래서 리더가 공도(公道)에서 벗어날 경우 누구보다 앞장서서 리더를 바로잡아 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자기 한 몸 출세를 위해 몸을 사리고 헛된 평판을 도모하는 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논어’ 학이편에 나오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속으로조차 서운해하지 않아야 진실로 군자라 할 것이다”라는 말에서 남은 곧 군주이고 군자는 군자다운 신하라는 뜻이다.
명군(明君)이란 말은 있어도 직군(直君)이란 말은 없고 명신(名臣)이란 말은 있어도 명신(明臣)이란 말은 없는 것도 리더의 덕목은 명(明), 신하의 덕목은 직(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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