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이한우의 간신열전] [123] 설야(泄冶)의 길, 조기(曹羈)의 길

bindol 2022. 2. 24. 04:05

[이한우의 간신열전] [123] 설야(泄冶)의 길, 조기(曹羈)의 길

입력 2022.02.24 03:00
 

진(陳)나라 영공(靈公)은 신하의 아내 하희(夏姬)와 간통을 하는 등 행실이 엉망이었다. 게다가 신하들과 하희를 두고 경쟁을 벌였다. 이에 충직한 대부 설야(泄冶)가 직간을 올렸다. “절개 없는 과부를 두고서 신하들과 함께 음탕한 짓을 하고 있으니 어쩌시렵니까? 덕행을 쌓아 나라를 보존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설야는 영공이 방치하는 상황에서 함께 간통했던 신하들이 보낸 자객 손에 피살됐다. 반면 조나라 사람 조기(曹羈)는 그 임금이 황음(荒淫)을 일삼자 세 번 간언을 올렸고 들어주지 않자 다른 나라로 떠나버렸다.

간언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정간(正諫), 항간(降諫), 충간(忠諫), 당간(戇諫), 풍간(諷諫) 등이다. 대체로 앞의 네 가지는 정면으로 간언하는 것이고 풍간은 에둘러 간언하는 것이다. 공자는 “나는 풍간을 따르겠다”고 했다. 아마도 주희라면 앞쪽을 좋아했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직간(直諫)이다.

 

유향도 ‘설원(說苑)’이라는 책에서 설야의 선택보다 조기의 선택이 사리에 맞다고 말한다. 나라도 위험이 없고 자기 몸도 위태롭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주의 유학이 보여주는 지혜다.

요즘 여당을 보니 ‘스캔들’에 해당하는 ‘게이트’를 ‘문지기’라고 직역까지 해가며 주군을 옹호하는 참모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을 어린아이로 여기지 않고서는 결코 내뱉을 수 없는 망언이다. 그만큼 그쪽 후보 조직이 얼마나 경직돼 있는지를 국민들은 얼마든지 알아차릴 수 있다.

그나마 TV토론에서 자기 쪽 후보가 크게 헛발질한 ‘기축통화’ 논란에 대해 “잘못했으면 인정하는 것이 낫다”는 상식적인 비판을 하는 전 의원이 있었다. 설야의 길이다. 옛날 같았으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다. 또 얼마 전에는 그쪽을 떠나 상대 후보 진영으로 몸을 옮겨 ‘배신자’라는 비판을 받는 사람도 있었다. 조기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