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82] 孔子의 벗, 공산당의 친구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라는 ‘논어(論語)’의 시작 어구는 매우 유명하다. 사람의 이상적 모델인 ‘군자(君子)’를 규정하면서 꺼낸 말이다. 자신의 덕행과 수행이 널리 퍼져 따르는 이가 많은 경우를 일컬었다.
‘붕(朋)’은 따라서 그저 친한 벗이 아니다. 삶의 지향(志向)이 같아야 그 반열에 든다. 나중에는 동문(同門)에서 함께 공부한 동료를 가리키는 글자로 발전한다. 이 글자처럼 ‘벗’의 의미를 지닌 우(友)는 감성적 영역에 더 가깝다. 친밀한 정도가 아주 높은 사람 사이다. 그래서 둘을 합쳐 ‘붕우(朋友)’라고 적으면 중국어에서는 ‘벗’을 지칭하는 대표적인 단어다. 그 앞에 ‘오랜’ ‘정겨운’의 뜻인 ‘로(老)’를 덧붙일 때가 많다. 우리말로 풀자면 ‘아주 친한 친구’다.
![](https://blog.kakaocdn.net/dn/JuIrj/btrvDhyxnHj/JcTAk7igxvK238pTNSA3Kk/img.webp)
중국 관영 매체는 자국에 크게 이바지한 외국인에게 곧잘 ‘중국 인민의 아주 친한 친구(中國人民的老朋友)’라는 호칭을 부여한다. 지금까지 미국, 일본 등 외국의 유명인 601명이 이 칭호를 받았다. 해외에 친중(親中) 세력을 심는 노련한 전략이기도 하다.
최근에 나온 ‘2등 미국(America Second)’이라는 영문 서적이 인기라고 한다. 미·중 수교의 물꼬를 튼 헨리 키신저 등 미국 속 ‘중국의 아주 친한 친구’들이 중국에서 어떤 이익을 취하면서 자국의 위상을 허물었는지 추적한 내용이다. ‘벗’ 개념을 활용해 국력을 뻗친 중국의 노련함, 돈에 눈이 멀어 그에 휘말린 미국의 멍청함이 교직한다.
중국은 그렇듯 ‘우의(友誼)’를 외교적 전략의 하나로 잘 구사한다. 공자(孔子)의 소박한 ‘친구’ 개념이 아니다. 그를 퇴행적으로 활용한 이해타산의 언어다. 올해가 한·중 수교 30주년이다. 현대 중국의 ‘우의’라는 속내를 아주 엉뚱하게 해석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좋겠다.
'차이나別曲'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84] 바다에 성을 쌓다 (0) | 2022.03.25 |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83] 兄弟와 패거리 (0) | 2022.03.18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81] 러시아에는 늘 약한 중국 (0) | 2022.03.04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80] 고만고만한 나라, 中國 (0) | 2022.02.25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79] 여성 납치와 인신매매 (0) | 2022.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