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84] 바다에 성을 쌓다
“바다가 육지라면…배 떠난 부두에서 울고 있지 않을 것을”이라는 노랫말이 있다. 1970년대 유행했던 우리 대중가요다. 바다의 큰물 앞에 선 사람의 절망과 비탄이 섞여 있다. 뭍에 묶여 살았던 중국인들의 바다 공포증은 더 심한 편이다. 싸움의 꾀를 다룬 ‘삼십육계(三十六計)’의 첫 계책에도 바다가 먼저 등장한다. ‘하늘을 속여 바다를 건너다’라는 뜻의 만천과해(瞞天過海)다. 이미 소개했듯이 바다 앞에서 겁에 질린 황제를 술과 파티로 속여 어느덧 바다를 건너게 했다는 내용이다.
‘바다를 보며 탄식하다’라는 뜻의 망양흥탄(望洋興嘆)이라는 성어도 있다. 속뜻은 ‘거대함 앞에서의 자기 성찰(省察)’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그 설정 또한 ‘바다를 앞에 둔 사람’이다. 상고시대 유명 전설에서는 그 바다를 아예 원망(怨望)으로 대한다. 바다에 빠져 죽은 이 넋이 ‘정위’라는 새로 변해 초목을 물어다가 바다를 메꾼다는 스토리다. 성어로는 정위전해(精衛塡海)다. 사전에서는 천연의 장애에 무릎 꿇지 않고 그를 이겨내는 사람의 의지를 표현했다고 풀이한다.
그러나 달리 보자면 이 역시 바다를 향한 공포와 울렁증의 표현이다. 그래서 차라리 바다를 메꾸려는 생각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바다 너머 더 너른 대양(大洋)으로 나아가기 힘든 ‘땅 집착 형’ 심리 구조다. 그런 전통은 오늘날에도 이어진다. 동남아와 중국이 공유하는 남중국해의 산호초를 메꿔 군사 기지로 만드는 작업이다. 베트남, 필리핀 등과 영유권 분쟁이 심한데도 중국은 마침내 이곳에 군사기지를 거의 완성한 모양이다.
바다 메꾸기를 넘어 전쟁을 위한 ‘축성(築城)’까지 마쳤으니 전통의 계승과 발전일까. 그러나 국제 해양법과 공해 상 통항(通航)의 자유라는 지구촌 룰을 정면으로 어기는 행위다. 그로써 우리 천연자원 수송량의 절대치를 차지하는 이 바다에 전운(戰雲)마저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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