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83] 兄弟와 패거리

bindol 2022. 3. 18. 06:42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83] 兄弟와 패거리

입력 2022.03.18 00:00
 
 

주민등록증, 시쳇말로 ‘민증’에 찍힌 나이를 두고 누가 형이고 동생이냐를 가리는 일은 우리에게도 제법 익숙하다. 남성들끼리 형제(兄弟) 서열을 정한 뒤 호형호제(呼兄呼弟)하면서 더 가깝게 지내기 위한 걸음이다. 따라서 ‘형제’는 단순히 핏줄에 그치지 않는다. 남성들끼리 우의를 깊이 다지는 사회적 관계 설정의 한 방식으로 쓰일 때가 많다. 그런 우리보다 몇 수 높게 이 ‘형제’ 개념을 활용하는 곳이 중국이다.

공자(孔子)의 ‘논어(論語)’에는 “세상 안에서는 모두 형제다(四海之內皆兄弟也)”라는 어구가 나온다. 당시 중국의 범주는 매우 작았겠지만, 그 안의 사람은 모두 형제처럼 평화롭게 잘 지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형을 일컬을 때 요즘 중국인들은 “거거(哥哥)”라고 한다. 그 한자(漢字)는 남의 성씨(姓氏)를 얕잡아 부를 때 쓰는 우리 용례와 많이 다르다. 본래는 당(唐)나라 무렵에야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외래어라는 설명이 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거나 경험이 풍부한 사내를 호칭할 때도 많이 쓰인다. 복수(複數)를 뜻하는 문(們)이라는 글자를 붙여 ‘가문(哥們)’이라고 적으면 혈연 관계를 넘어서 ‘뜻을 함께하는 사내 집단’이라는 의미로 변한다. 그러나 대개는 ‘강호(江湖)’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겉으로는 의리를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같은 이익으로 묶인 패거리 모임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죽음을 각오하고 똘똘 뭉쳐 행동하는 그룹인 ‘사당(死黨)’도 그와 비슷한 말이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의 행보가 큰 관심이다. 경제나 군사적으로 중국의 후원을 크게 기대하는 눈치다. 중국이 러시아와 전략적으로 이해관계가 깊다 하더라도 그에 호응하면 곤란하다. 국제적으로 위상이 크게 추락하기 때문이다. 푸틴의 불장난에 맞장구친 그의 ‘가문’과 ‘사당’의 패거리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