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수학 산책] 주변에 A후보 지지자 많으면 A후보가 우세하다고 착각하죠
소수와 다수
다음 달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누가 당선될 것인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어요. 선거철에는 ‘다수의 착각’이 일어나기 쉬운데요. 다수의 착각은 소수 의견을 다수 의견으로 잘못 생각하는 경우를 가리켜요.
왜 그럴까요. 우선 이 같은 여론 왜곡 현상이 두드러지는 건 소셜미디어가 대표적이에요. 유권자 수가 총 열 명인 선거에서 전체가 <그림1>처럼 서로를 팔로(follow·구독)하고 있다고 가정해 볼게요. A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 1·4·7번 3명은 검은색 원으로, B 후보를 지지하는 나머지 유권자 7명은 흰색 원으로 표시했어요. 이때 A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 3명의 팔로 수는 각각 5명 이상으로 B 후보 지지자들보다 많아요. 소셜미디어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인 거예요.
전체로 보면 A 후보 지지율은 30%고, B 후보 지지율은 70%예요. 하지만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1·4·7번과만 연결된 B 후보 지지자(2번 유권자)는 A 후보가 우세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1·4·7·9번과 연결된 B 후보 지지자(3번 유권자)도 마찬가지죠. A 후보 지지자가 3명, B 후보 지지자가 1명으로 보일 테니까요. 결국 실제 지지율과는 무관하게 팔로 수에 따라, 혹은 누구와 팔로 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 지지율을 착각하게 되는 거예요. 이건 사실 소셜미디어에서뿐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종종 선거가 끝나고 “내 주변에선 다 A 후보 찍었다는데 어떻게 B 후보가 당선되느냐. 말이 안 된다”는 반발이 터져나오고 개표 시비가 벌어지는 것도 이런 착각에 기반하고 있죠.
다수의 착각은 ‘다원적 무지(Plurastic Ignorance)’라는 개념으로도 설명할 수 있어요. 다원적 무지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남들은 다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는 믿음을 의미해요. 이렇게 되면 비난을 받을까 봐 어떤 일에 대해 침묵하거나, 남들 생각에 무조건 동조하게 되는 모습이 나올 수 있어요. 결과적으로는 전체의 의견이 왜곡돼서 나타나죠.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의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를 보면 다원적 무지를 잘 알 수 있어요. 이 동화에서 임금과 신하들은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특별한 옷을 만들어 주겠다”는 사기꾼 말에 속아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데 마치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죠. 혹시 자신에게는 안 보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보이는 거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벌거벗은’ 임금님을 ‘멋진 옷을 입은’ 임금님으로 찬양하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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