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55> 전기와 자기;전자기

bindol 2022. 3. 15. 05:03

역사에선 헤로도토스, 의학에선 히포크라테스, 기하에선 유클리드, 우화에선 이솝, 원자에선 데모크리토스, 민주주의에선 솔론, 음악에선 피타고라스, 연극에선 아이스킬로스, 정치학에선 플라톤, 자연과학에선 아리스토텔레스, 부력에선 아르키메데스, 수사학에선 이소클리테스… 고대 그리스에서 기원전 여러 방면에서 시조(始祖)를 배출했다는 게 참 놀랍다. 전기에서도 그 뿌리를 찾아가다 보면 고대 그리스의 탈레스(BC 625~547)를 만난다. 그는 호박(琥珀)을 문지르면 정전기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통해 전기현상을 최초로 발견했다. 그 마찰전기를 그리스어로 호박을 뜻하는 일렉트론이라 이름 지었다.

그러나 2000년이 넘도록 아무 진전이 없었다. 드디어 1700년대부터 본격 시작된 전자기학의 역사는 한 편의 극적 드라마다. 전자기와 관련된 수치 단위는 그 역사적 드라마에서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전압의 단위인 볼트(V)는 이탈리아의 볼타(Alessandro Volta·1745~1827), 저항의 단위인 옴(Ω)은 독일의 옴(Georg Ohm·1789~1854), 전류의 세기인 암페어(A)는 프랑스의 앙페르(Andre Marie Ampere·1775~1836), 1볼트 전압으로 1암페어 전류가 1초 동안 흐를 때 발생하는 에너지인 줄(J)은 영국의 줄(James Joule·1818~1889), 전자기파의 주파수 단위인 헤르츠(Hz)는 독일의 헤르츠(Heinrich Hertz·1857~1894), 전력의 단위인 와트(W)는 영국의 와트(James Watt·1736~1819) 등.

전자기학 역사에서 극적인 인물을 딱 네 명 꼽자면? ①덴마크의 외르스테드(Hans Ørsted·1777~1851)는 전선을 통해 흐르는 동전기인 전류가 자석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았다. 전기와 자기가 따로 무관한 게 아니라 서로 연관돼 있음을 알게 된 대발견이었다. ②영국의 패러데이(Michael Faraday·1791~1867)는 전선이 감긴 원통 안으로 막대자석을 넣었다 뺐다 움직이면 전류가 흐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극이 다른 자석 안에서 전선을 돌리는 발전소 발전기는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법칙에 따른다. ③독일계 러시아인인 렌츠(Heinrich Lenz·1804~1865)는 음양 원리와 비슷한 ‘밀당’ 원리를 발견했다. 자석이 전선에 가까워질수록 자석을 밀어내는 방향으로 전류가 흐르고, 멀어질수록 자석을 당기는 방향으로 전류가 흘렀던 것이다. 일방향으로 흐르는 직류전기와 달리 교류전기는 렌츠의 법칙에 따라 방향을 바꿔가며 흐른다. ④맥스웰(James Maxwell·1831~1879)은 전자기에 관한 이론을 방정식으로 완성하며 전자기파가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8세기와 19세기에 유럽 과학자가 물리(物理)를 정교하게 밝히며 나아갈 때 조선 양반층은 성리(性理)를 치열하게 따지며 싸웠다. 물(物)을 파헤쳐(格) 앎(知)에 이르는(致) 격물치지(格物致知)에 관해 서양과 동양은 180도 전혀 딴 길을 갔다. 형이하학적 과학의 길과 형이상학적 관념의 길! 어떻게 같은 지구에서 그다지도 서로 딴 세상에 살 수 있었을까? 만일 서양에서 물리의 하나인 전자기학을 알아내지 못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현대문명의 기반인 전기를 일으켜 쓸 수 없다면 더 살기 좋은 자연의 세상일까? 살기 힘든 미개한 세상일까? 생각이 교류전기처럼 바뀌며 흐른다. 왔다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