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엠페도클레스(BC 493~433)는 4원소설을 주장했다. 이후 데모크리테스(BC 460~370)가 더 이상 쪼개어질 수 없는 원자설을 주장했다. 그러나 원자설은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그리하여 만물이 물 불 공기 흙으로 이루어졌다는 4원소설은 2000여 년 동안이나 주류적 정론으로 받아들여졌었다.
드디어 돌턴(John Dalton 1766~1844)에 의해 원자론은 부활했다. 이후 과학자들은 원자를 집요하게 파헤치기 시작했다. 원자 안에 전자가 있었다. 원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게 아니었다. 원자 안에 원자핵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원자핵 안에 양성자와 중성자라는 핵자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핵자 안에는 뭐가 있을까? 왕창 깨부숴 볼까? 깨부수기 위해 수십 km 터널 실험실인 입자가속기를 만들었다. 핵자들을 빛의 속도로 충돌시켰다. 박살난 핵자들로부터 수백 개 입자들이 흩어져 나왔다. 너무 많이 나왔기에 비슷한 성질의 것들끼리 유형화 했다. 중입자(baryon) 중간자(meson) 경입자(lepton)다. 1964년에 겔만(Murray Gell-Mann 1929~2019)이 쿼크(quark)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결국 양성자는 업 쿼크 2개와 다운 쿼크 1개로, 중성자는 업 쿼크 1개와 다운 쿼크 2개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후 더욱 정교하게 발견해낸 소립자들을 바탕으로 과학자들은 표준모델(Standard Model)이라고 이름 붙인 모형을 정립했다. 물질을 이루는 기본입자는 12개다. 4개씩 짝을 이뤄 3세대로 나뉜다. ①세대: 업(u)쿼크, 다운(d)쿼크, 전자(e), 중성미자(Ve) ②세대: 차밍(c)쿼크, 스트레인지(s)쿼크, 뮤온(μ), 뮤온중성미자(Vμ) ③세대: 톱(t)쿼크, 바텀(b)쿼크, 타우(τ), 타우중성미자(Vτ). 이 기본입자들 사이에 상호작용하도록 힘을 주는 4개의 매개입자가 있다. 원자핵 안에서 강력을 내도록 매개하는 글루온(g), 약력을 매개하는 Z와 W±보존, 전자기력을 매개하는 광자(γ)다. 마지막으로 2013년에 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H) 입자의 발견을 확정했다. 이렇게 17개 입자가 표준모형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표준모형은 입자실험 물리학자들이 표준이라고 정(定)한 것일 뿐 틀림없이 바르게(正) 정한 건 아니다. 미완성작이다. 표준모형의 오류가 발견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물리학자들은 실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표준모형을 능가하는 모형의 가능성에 들썩인다. 궁극적으로는 강력 약력 전자기력만 설명하는 표준모형에서 설명 못 하는 만유인력, 즉 중력은 물론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까지 설명하는 만물이론(Theory of Everything)을 꿈꾸고 있다. 왕년에 아인슈타인의 꿈이기도 했다. 그의 후예들이 기필코 꿈을 이룬다면? 완전모형(Complete Model)이라고 불릴 만하다. 가능할까? 원자핵과 세포핵을 건드릴 수 있는 인류가 완전모형까지 정립한다면 인간은 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은 거기까지 허락하지는 않으실 듯 싶다. 결국 표준모형의 버전을 올릴지언정 완전모형에 이르지는 못할 것 같다. 한다면 손에 장(醬)을 지진다고 장담(壯談)하긴 힘들다. 참으로 엄청난 인간이라서….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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