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말 바른 말

[예쁜 말 바른 말] [236] '가리어지다'와 '가리워지다'

bindol 2022. 3. 30. 10:54

 

[예쁜 말 바른 말] [236] '가리어지다'와 '가리워지다'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 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요즘 인기리에 방영하는 한 드라마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 '가리워진 길' 노랫말 일부입니다. 위 내용에서 틀리는 말이 있나요? 아마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그러나 위 예문에서 '가리워진'은 '가리어진'을 잘못 쓴 것입니다.

'가리워진' '가리워져'의 기본형인 '가리워지다'는 '가리어지다'의 비표준어입니다. '가리어지다'는 '가리다'의 피동형으로 '-어지-'가 붙어 '(사물이 다른 사물에) 막혀 보이지 않게 되거나 드러나지 않게 되다'라는 뜻이 있어요. '교통 표지판이 현수막으로 가리어져서 보이지 않았다'와 같이 쓸 수 있지요.

또 '(무엇이 더 뛰어난 것에) 영향을 받아 두드러지지 못하게 되다'라는 뜻으로, 예를 들면 '주인공의 연기는 경험이 풍부한 조연들의 연기에 가리어져 빛을 발하지 못했다'와 같이 쓸 수 있어요. '(사실이나 사건이 무엇에) 숨겨져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되다'라는 뜻도 있어요. '친구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바람에 그의 지각은 가리어졌다'와 같이 써요. 우리가 흔히 쓰는 '가려지다'는 '가리어지다'의 준말입니다.

<예문>

­ㅡ나를 지켜보던 그의 모습이 인파에 가리어져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ㅡ그의 업무 수행 능력은 상사의 그늘에 가리어져 있었으나 점차 빛을 발했다.

­ㅡ진실이 거짓에 영원히 가리어질 수는 없다.
류덕엽 교육학 박사·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