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58> 전자와 전파 : 포노 사피엔스

bindol 2022. 4. 5. 05:17

문명의 이기(利器)들 중 가장 신기한 세 개를 나름 꼽는다면? 첫째, 비행기다. 수십수백 명의 사람을 태운 무거운 물체가 하늘을 날다니? 아무리 베르누이 정리에 따른 양력(揚力)을 알더라도 신기하다. 둘째, 고층빌딩이다. 어떻게 100층 정도 건물을 세울 수 있는지? 건축공학으로 설명해도 신기하다. 셋째, 핸드폰이다. 어찌 연결선도 없는데 시청각 데이터가 전송되는지? 무선통신 이론을 공부해도 신기하다.

그중 가장 신기한 걸 딱 하나 꼽자면 핸드폰이다. 아무리 과학적 기술적 공학적으로 그 원리를 안다 하더라도 신기하다. 신기함에 무심한 채 현대인은 거의 누구나 핸드폰을 쓴다. 음수사원(飮水思源)! 물을 마시면 샘을 처음 판 사람을 생각하랬다. 핸드폰을 편리하게 사용한다면 다섯 명을 생각해야 마땅하다. AFMHM 독수리 오형제다. ①앙페르(Ampere 1775~1836)는 전류가 흐르면 자기장이 형성되는 걸 알아냈다. ②패러데이(Faraday 1791~1867)는 자석을 움직이면 전류가 흐른다는 걸 알아냈다. ③맥스웰(Maxwell 1831~1879)은 전기와 자기에 관한 방정식을 만들며 전자기파를 예측했다. ④헤르츠(Hertz 1857~1894)는 무선으로 전달되는 전자기파를 실험으로 증명했다. ⑤마르코니(Marconi 1874~1937)는 대서양 횡단 무선통신을 실현시켰다. 100여 년 동안 5인이 찬란하게 이룩한 무선통신 기본원리는 지금도 변함없다.

어떻게 선도 없이 허공을 통해 메시지나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나? 물질이 아니라 파동을 송수신하기에 가능하다. 그 파동은 전기와 자기인 전자기의 파동이니 전자기파다. 줄여서 전자파(電子波)가 아니라 전자파(電磁波)다. 전자파는 진동수에 따라 나뉜다. 감마선-X선-자외선-가시광선(보라-남-파랑-초록-노랑-주황-빨강)-적외선-마이크로파-전파의 스펙트럼이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진동수가 작고 파장이 길다. 무선통신에 이용되는 게 맨 오른쪽 라디오파로도 불리는 전파다.

신이 모든 전자파를 창조하였다면 인간은 전자파의 일부를 제조할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선통신에 이용되는 전파를 어떻게 만들며 쓸 수 있는가?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는 직류가 아닌 이쪽저쪽 왔다 갔다 변하는 교류 전류가 흐르면 전기장이 진동하며 이에 따라 자기장이 잇따라 진동한다. 여기에 축전기와 코일을 적절히 제어하여 일정한 진동수(주파수)의 전파를 골라 안테나로 송신하면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를 매질로 삼아 진공에서도 허공으로 진행한다. 바로 전파다. 전파는 물론 모든 전자기파인 전자파는 광속(2억9979만2458m/s)으로 흐른다. 빛의 속도다. 방송국이나 기지국에서 변조된 전파를 허공으로 전송하면 라디오 TV나 핸드폰은 안테나로 전파를 수신하고 원래의 소리나 영상으로 복조(復調)하여 들려주고 보여준다. 이제 핸드폰은 TV와 라디오까지도 접수했다. 무소불위의 스마트폰으로 진화했다. 인류는 폰을 든 인간인 포노 사피엔스로 진화했다. 세포 속 전자의 요동으로 움직이는 생명체인 인간이 이용하는 것도 전자의 요동인 전파가 진동하는 스마트폰이다. 모든 게 원자로 이루어졌지만 모든 건 전자의 요동으로 움직인다. 리얼한 사실이거나 진실이 그렇다. 알면서도 신기하다. 더 많이 알면 더 신기하겠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