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장관과 윤석열 스타일
입력 2022.04.13 22:50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인수위사진기자단
1. 한동훈(49)사법연수원 부원장이 13일 법무장관에 발탁됐습니다.
파격 맞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의 측근으로 중용되리라 짐작됐지만 경력이나 기수(사법연수원27기) 등을 감안할 때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수원지검장, 혹은 법무부 검찰국장 쯤으로 예상돼왔습니다.
윤석열 인사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나아가 국정운영 스타일까지 예고하는 사례로 주목됩니다.
2. 윤석열의 ‘자기사람 챙기기’를 잘 보여줍니다. 윤석열은 대선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미 한동훈 중용을 예고했습니다.
‘(한동훈은) 거의 (정권 수사를)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다. 그가 서울중앙지검장이 안 된다는 얘기는 독립운동가가 중요 직책을 가면 일본이 싫어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랑 똑같은 것이다.’
3. 한동훈을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생각했을 겁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사실상 검찰총장보다 더 막강한 수사권을 휘두르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에서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면서 법무장관 자리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개별사건수사보다 검찰의 수사권 확보가 더 시급해졌기 때문입니다.
4. 한동훈 임명을 설명하는 인수위원회 보도자료를 보면 윤석열의 마음이 드러납니다.
‘(한동훈은) 정치권력, 경제권력 등 사회적 강자를 상대로 한 부정부패 범죄수사에서 역대 비교대상이 없을 만큼 발군의 성과를 거두었고..수년간 이어진 온갖 핍박에 맞서 공직자의 본분을 다하며, 상식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윤석열이 얘기하는 인사기준 ‘능력과 인품’면에서 한동훈은 최고이기에 장관임명은 ‘절대 파격이 아니다’라고 믿게됩니다.
5. 문제는 민주당의 반발입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통합을 바라는 국민에 대한 전면적이고 노골적인 정치보복 선언이며, 검찰공화국을 만든다는 의도를 국민앞에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차라리 별장 성접대 사건 김학의 전 차관이 낫겠다’고 비꼬았습니다. 좀 과장되지만 극심한 반감은 분명합니다.
6. 윤석열은 일찌감치 인선과정에서 ‘(능력 외에) 다른 할당이나 배려는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민주당이 말하는 통합의 메시지는 처음부터 안중에 없었습니다. 공동정부를 구성한다던 안철수의 추천도 ‘능력부적격’이라며 모두 비토했습니다.
윤석열은 그런 점에서 여전히 정치인이라기보다 엘리트주의자 검사입니다.
7. 한동훈 발탁은 ‘정치적 대립을 피하지 않겠다’는 국정운영 스타일을 예고합니다.
윤석열의 복심 한동훈은 인사발표장에서 ‘검수완박’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한동훈은 ‘검찰개혁 과제’를 묻자 ‘검찰이라는 것이 몇백년 이어져온 것이기 때문에 새로 할 게 없다. 나쁜 놈 잘 잡으면 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검찰 수사권보장을 거듭 강조한 셈입니다. 인사청문회 앞둔 장관후보인데도 불구하고 ‘정치적 올바름’고려가 전혀 없습니다.
8. 앞으로 검찰개혁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은 더 빠르게 더 심각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한동훈 개인 탓이 아닙니다. 한동훈을 임명한 윤석열의 뜻과 스타일이 그러하기 때문일 겁니다. 어쩌면 검찰개혁의 희생자로 정치판에 불려나와 마침내 별의 순간을 낚아챈 윤석열 드라마의 자연스런 흐름일 겁니다.
부디 3류 복수극으로 흐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칼럼니스트〉
20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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