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말 바른 말

[예쁜 말 바른 말] [239] '부수다'와 '부시다'

bindol 2022. 4. 20. 08:20

 

[예쁜 말 바른 말] [239] '부수다'와 '부시다'

*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갑자기 나오니 눈이 부셔 한동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 폭발물이 가득한 차에 납치된 남자가 온 힘을 다해 문을 부셔 탈출에 성공했다.

두 문장에 틀린 말이 있나요? 둘 다 자연스럽게 읽혀 틀린 부분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 첫째 문장의 '부셔'는 형용사 '부시다'의 어간 '부시-'에 종결 어미 '-어'가 붙어 줄어든 말입니다. 따라서 틀린 부분이 없지요. 그러나 둘째 문장의 '부셔'는 '부숴'를 잘못 쓴 거예요. '부수다'의 어간 '부수-'에 '-어'가 붙어서 줄어든 말은 '부숴'예요.

'부수다'는 '단단한 물체를 여러 조각이 나게 두드려 깨뜨리다' '만들어진 물건을 두드리거나 깨뜨려 못 쓰게 만들다'라는 뜻으로 '돌을 잘게 부수다' '문을 부수다'와 같이 써요. '부시다' '뿌시다'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북한에서는 우리와 달리 '부시다'를 표준말로 삼고 있어요.

'부시다'는 '빛이나 색채가 강렬해 마주 보기 어려운 상태에 있다'는 뜻으로 '햇빛에 눈이 부시다'와 같이 써요. 또 '그릇 따위를 씻어 깨끗하게 하다'는 뜻으로 '솥을 부시다'와 같이 쓰지요.

[예문]

―이 도자기는 마음에 차지 않은 것을 수없이 부수고 나서 만든 작품이라 애착이 간다.

­―아빠가 오늘따라 유난히 그릇을 소리 나게 부셨다.

­―"운전할 때 눈이 부시면 선글라스를 껴 보세요."

류덕엽 교육학 박사·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