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88] 일통과 통일

bindol 2022. 4. 22. 05:3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88] 일통과 통일

입력 2022.04.22 00:00
 
 

중국에서 숙성한 정치적 사고는 대개 위계(位階)와 배열(排列), 순서(順序) 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통치의 틀을 촘촘하게 펴서 큰 땅을 지배하는 데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는 개념의 하나는 일통(一統)이다.

우리는 이 단어를 접할 때 우선 통일(統一)이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 비슷하며 서로 섞이기도 하지만 ‘일통’과 ‘통일’은 조금 다르다. 앞은 만물의 근원, 근본 등의 뜻을 지닌다. 그에 가장 가까운 개념은 정통(正統)이다.

중국 역사 속 대부분의 왕조 등이 즐겨 썼다. 그러나 일반 중국인이 가계(家系)를 세울 때도 이 ‘일통’과 ‘정통’의 개념은 뚜렷하게 등장한다. 적장(嫡長)을 중심으로 종법(宗法)의 체계를 세워 이어가는 작업으로 말이다.

그에 비해 ‘통일’은 중심 가닥을 잡아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것들을 하나로 묶는 행위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며 한국인 모두가 목메어 부르던 노래에 잘 담겨 있다. 찢기고 나뉜 것을 모두 모아 합치는 통합(統合)이다.

 

진시황(秦始皇) 이후 무수한 왕조들이 등장했다 사라진 중국에는 ‘일통’을 세워 혼란한 국면을 ‘통일’하려는 심리구조가 매우 강하다. 공산당이 중국을 이끄는 방식 또한 그와 같다. 늘 ‘중심’과 ‘핵심’을 강조하며 ‘안정’의 중요성을 되뇐다.

이번에는 시장을 통일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른바 ‘시장 통일[統一大市場]’ 정책이다. 우선은 큰 방향만 제시해 세부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생산과 유통, 소비 등에서 정부의 전반적인 개입과 통제를 예고했다. 자국에 불리해진 국제 환경에 대응키 위한 내부 정리와 결속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첨단 IT 기술과 AI 기술 등의 축적으로 자신감을 쌓은 중국의 새 ‘디지털 계획경제’ 시도일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