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89] 중앙과 조정
‘한가운데’라는 뜻을 지닌 한자 단어가 중앙(中央)이다. 우리말 쓰임도 많아 전혀 새롭지 않다. 그러나 한자 둘의 본래 꼴과 새김은 색다르다. 앞의 중(中)은 전쟁터 군대가 쓰는 깃발의 모습이다. 진영 복판의 사령탑을 가리켰을 듯하다.
뒤의 앙(央)은 의외다 싶을 정도다. 죄수가 목에 차는 형구(刑具), 즉 칼을 차고 있는 꼴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재앙(災殃)’의 새김이 컸다고 추정한다. 나중에는 목에 차는 칼의 나무 양쪽이 딱 맞아떨어지는 모습에서 ‘가운데’의 의미를 얻었다고 본다.
그러나 정치권력의 무게가 덧대지면 이 단어는 대단한 위력을 지닌다. 특히 ‘가운데’와 ‘언저리’의 차별성이 매우 심한 중국에서 그렇다. 모두 ‘중심(中心)’과 ‘핵심(核心)’을 강조하는 문화 토양 때문이다. ‘중앙’은 따라서 왕조 통치 집단이었던 ‘조정(朝廷)’과 동의어다.
사회주의 건국에 앞서 중국을 지배했던 국민당(國民黨) 통치 시절에 이 단어는 일찌감치 유행했다. 국민당 기관지는 아예 이름이 중앙일보(中央日報), 통신사는 중앙사(中央社)였다. 당시 당중앙(黨中央)은 집권당 지도부로, 최고의 권력을 상징했다.
공산당 집권 후에도 마찬가지다. 중공중앙(中共中央)은 곧 공산당 최고 지도부를 일컫는 말이다. 무시무시한 권위를 지닌 그룹이다. 국무원 소속의 대표 방송인 CCTV는 한자로 중앙전시대(中央電視臺)다. 공산당 전위인 공산주의청년단(共産主義靑年團) 지도부는 단중앙(團中央)으로 불리며 역시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
개혁·개방 이후 조금이나마 하방(下放) 흐름을 탔던 ‘중앙’의 권력이 최근 급격히 세지고 있다. ‘권력의 집중[集權]’ 현상이다. 수많은 문제가 불거져도 최고 지도자의 지시를 어김없이 실천하는 상하이(上海) ‘제로 코로나’가 그 사례다. ‘탈(脫) 중앙’의 세계적 흐름과는 전혀 다른 중국의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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