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86] 생각이 늘 복잡한 중국
숙고(熟考), 재고(再考), 숙사(熟思)…. 거듭 생각하는 행위다. 사실 이는 중국 인문에서는 거의 ‘강박’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생각이 널리 미쳐야 위기에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식의 경구(警句)가 퍽 발달한 곳도 중국이다. 우선 공자(孔子)의 ‘논어(論語)’에 등장한다.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가까운 곳에 걱정거리가 생긴다(人無遠慮 必有近憂)”는 말이다. 위기에 민감한 유가(儒家)의 전통적 사고, 이른바 우환의식(憂患意識)의 흐름이다.
‘좌전(左傳)’에 나오는 대표적 경구도 이미 소개했다. “평안할 때 위험을 생각하라(居安思危)”는 말이다. “대비가 있으면 환란을 겪지 않는다(有備無患)”는 그 뒤 구절은 우리가 1970년대 안보 상황을 거론하면서 자주 썼다.
문학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천 리 밖을 내다보고자, 다락 한 층을 더 올라가다(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라는 아주 유명한 시구도 있다. 당(唐)나라 시인 왕지환(王之渙)의 ‘관작루에 오르다(登鸛鵲樓)’라는 작품이다. 모두 넓고 큰 틀에서 상황을 조율하려는 전략(戰略)의 시선이다. 숱한 전쟁에서 키워진 전통 사유, 즉 모략(謀略)의 표현이다. 깊은 생각과 먼 곳에 미치는 사고, 심모원려(深謀遠慮)라는 중국 성어는 우리도 곧잘 쓰는 말이다.
그러나 재고, 따지고, 견주기에만 바쁜 평면적 시선이어서 어딘가 부족하다. 마음 깊숙한 곳의 각성(覺醒)은 없다. 그래서 불가(佛家)의 요소를 수용했을 듯하다. “살생의 칼을 놓으면, 바로 성불한다(放下屠刀 立地成佛)” 식의 가르침 등으로 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중국이 또 좌고우면(左顧右眄)이다. 러시아를 두둔한다면 반(反)인류의 전쟁 범죄를 중국이 돕는 꼴이다. 선악(善惡)을 가르는 불가의 단호함을 아직 제대로 익히지 못했는가 보다. ‘생각 많은 중국’이 곧잘 빠지는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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