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87] 흔들리는 중국 대도시

bindol 2022. 4. 19. 04:57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87] 흔들리는 중국 대도시

입력 2022.04.15 00:00
 
 

도시의 형성 과정에서 군사적 요소는 매우 중요하다. 우선 안전해야 사람들이 몰려들어 삶의 터전을 이루기 때문이다. 전쟁을 숱하게 겪었던 중국의 경우는 더 두드러진다. 도시를 뜻하는 영어 ‘city’를 곧장 ‘성시(城市)’로 번역한 사례를 봐도 그렇다. 그 성(城)은 분명한 군사적 건축이다. 외부의 침략을 상정해 지은 담장이다. 게다가 정치와 행정의 요소가 덧대져 지금처럼 자리 잡은 곳이 현대 중국의 도시들이다.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이 대표적이다.

요즘 중국의 그런 ‘성’을 여닫는 일이 화제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에 따라 최근 부쩍 유행하는 말은 ‘봉성(封城)’이다. 오미크론이 번진 상하이처럼 도시 전체를 아예 봉쇄하는 일이다.

중국 도시를 일컬을 때 중진(重鎭)이라는 단어도 자주 등장한다. 우리는 어떤 영역의 주요 인력을 가리킬 때 자주 쓴다. 그러나 본래는 ‘핵심[重] 지역[鎭]’을 일컫는 말이었다. 특히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 즉 전략 요충(要衝)과 같다. 진(鎭)은 작은 행정단위의 호칭으로 많이 쓰이나 원래 군사적 행위와 관련이 깊다. 따라서 이 글자는 누군가를 제압한다는 뜻의 진압(鎭壓), 불을 끈다는 진화(鎭火), 마음을 누른다는 진정(鎭靜) 등의 조어로 이어진다.

 

‘성’과 ‘진’을 합치면 성진(城鎭)이다. 현대 중국에서는 크고 작은 도시들을 모두 통칭하는 단어다. 그러나 각 도시의 경쟁력은 천차만별이다. 국가 차원의 대단한 경쟁력을 지녔으면 ‘중진’이라 부를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그런 중국 도시의 대표적 ‘중진’들이 코로나 확산 위기에 휘청거린다.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 광저우, 선전(深圳)도 불안하다. 국내외 상황이 모두 악화하면서 개혁·개방 이전의 계획경제 틀로 회귀하려는 중국의 발걸음은 더 빨라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