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재학
무성한 봄꽃들이 지고, 봄농삿일에 정신이 없는 사이 꽃피던 날이 잊혀져 가고 있다. 산과 들녘에 왕성한 풀들이 자라면서, 그동안 봄하늘을 가득 채우던 빛도 향기도 사라지고 없다.
가장 늦게 피는 것은 모과꽃이었다. 그 꽃마저 가고 난 자리에 남은 세속의 풍경은 허망뿐이다. 그러나 매화도 앵두꽃도 아무도 떠나야 할 때에 대해 저항한 흔적이 없다. 하늘공간에서 추락한 꽃잎들은 걸어서 나무뿌리 속으로 갔다. 살다 간 기억마져 거두어 간 맑고 깨끗한 떠남이었다.
곧 문재인이 보내는 결별이 있을 것이다. 발버둥 치는 몸짓이 느껴진다. 청와대로부터 물결처럼 번지는 파문(波紋)에서, 흔한 들꽃들보다 못한 추한 몸부림을 보고 있다. 결코 아름다운 이별이 아니다.
장부는 가야 할 때를 안다. 그러나 소인배는 가야할 때를 거부한다. 눈을 부라리고 악을 쓰면서 잡고 있던 권력의 끈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역겨운 비겁(卑怯)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평가하려 한다. 자신이 얼마나 훌륭했는지, 얼마나 국가를 잘 이끌어왔는지, 얼마나 경제를 풍요롭게 했는지를 말한다.
꽃들은 스스로를 평가하지 않는다. 올해 모과꽃은 피면서 지고 있었다. 제대로 수분(受粉)이 안 되어있는 느낌이다. 가을에 모과들이 별로일 것 같다. 그러나 모과나무는 꽃잎을 떨구면서, 묵묵히 투박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안녕!
모과는 말이 없다. ‘과일전 망신’이라는 비아냥을 무릅쓰면서도 해마다 꽃을 피우고 못생긴 열매를 달고 있었을 뿐이다. 누군가는 필요로 하리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부르면 다만 그 자리에 찾아오고, 가야 할 때면 미련없이 떠나가는 나무다.
문재인은 검찰이 무서웠던 모양이다. 아예 검찰이 수사를 못하게 수사권을 뺏고 싶은 모양이다. 사실은 검찰이 무서운 게 아니라, 그동안 저지른 죄가 무서웠을 것이다.
탈원전한답시고 온갖 짓을 벌이다가, 갑자기 없던 일로 돌려버린 그 배경에는 망쳐버린 세계 제1의 원자력 기술과 엄청난 국민적 손해가 있다. 이것도 무서웠을 것이다. 북한에 원전을 세워준다는 북한퍼주기도 밝혀지는 게 무서웠으리라.
문재인 퇴임 후의 무서움은 100가지도 넘는다. 불법선거 개입부터 무너진 경제, 나라빚 1000조. 그리고 위기의 국방과 안보. 그 모든 것이 곧 닥쳐오리라는 내일은 공포의 현실이 될 것이다.
게다가 코리아 이멜다라는 김정숙의 사치와 허영기는 도덕성마져 무너뜨리고 있다. 권양숙의 600만달러로 무너진 노무현의 말로가 그려진다.
모과는 우리집 대문 앞에 양쪽으로 두 그루가 서 있다. 부친께서 문지기로 세워놓은 것이다. 모과나무는 예비군복을 연상케 하는 빛깔의 옷을 입고 있다. 그래서 대문 앞에는 마치 예비군 두 명이 경비를 서는 것 같다.
문재인도 퇴임 후 경호인력으로 무려 수십명을 데리고 간다고 하였다. 양산자택을 향한 국민적 분노와 그에 따른 보복이 무서웠던 모양이다. 그리고 한 해 수십억에 이르는 경호비용은 국민혈세로 충당될 것이다. 죄인이 자기 경호를 국민에게 부담시킨다? 웃긴다. 차라리 모과나무를 심을 것을 권장한다.
모과나무는 꽃도 열매도 별로인, 잘나지도 잘 배우지도 못한 서민스런 나무가 분명하다. 그리고 온갖 잘난 나무들 사이에서도 속박을 거부하고 남을 구속하려고도 하지 않는 자유평등을 지향하는 민주주의자가 틀림없다.
모과는 공정한 나무다. 하늘을 독차지 하려 들지 않는다. 곁에 자두나무가 서있는데, 그쪽으로는 손을 뻗으려 하지 않는다. 공존(共存)을 바라는 자세다.
그리고 오늘 아침 봄비속에서 마지막 꽃잎을 떨구고 떠나갔다. 붙잡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이제는 고인(故人)이 된 시인 이병기의 ‘낙화’를 보내줬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가는 사람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이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그대 떠난 자리에 곧 그리움이 찾아오리라. 그러나 그놈 떠난 자리엔 무엇이 찾아올 것인가.
2022. 4. 29.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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