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논설위원 1762년 완성된 트레비 분수는 해마다 수백만 명이 찾는다. 외국에도 널리 알려진 건 영화 ‘로마의 휴일’과 ‘달콤한 인생’을 통해서였다. 이 영화가 각인시킨 효과 때문인지 2년 전 가봤더니 역시 인상적이었다. 생각보다 규모가 컸고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최근 관광객 두 명이 ‘셀카 명당’을 놓고 난투극을 벌였을 정도다. 연못을 등지고 동전을 던져 넣으면 로마를 다시 방문한다는 속설이 이런 자리 다툼을 가열시킨다. 트레비 분수가 떠오른 건 분수효과와 낙수효과에 대한 오해와 진실 때문이다. 분수효과는 아래에서 위로 물을 뿜어내듯 저소득층 및 중산층에 대한 소득·복지 지원을 강화해야 소비가 늘어난다는 가설이다. 이에 비해 낙수효과는 부유층이 돈을 쓰면 저소득층에게도 흘러간다는 것으로, 대기업이 성장하면 협력업체도 덕을 본다는 가설이다. 두 가설 모두 타당한 측면이 있어 어느 쪽만 옳고 다른 쪽이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출범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홍장표 위원장은 “한국 경제를 이끈 수출 대기업의 낙수효과에 의존한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한계에 봉착했다”며 낙수효과를 깎아내렸다. 그 대신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분수효과를 키워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 반도체 등 대기업의 장치산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크지 않다. 문재인 정부 들어 법인세 인상에 이어 공정거래법 강화, 연구개발 세액공제 축소가 줄을 잇는 것도 낙수효과가 사라졌으니 세금이라도 많이 내고, 연구개발 지원도 필요 없다는 논리에서 나오고 있다. 현실은 정반대다. 대기업은 여전히 투자·고용의 견인차다. 최근 LG를 비롯해 투자 릴레이에 나선 8개 대기업의 투자자금은 400조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창출되는 일자리는 협력업체에 미치는 파생효과까지 포함하면 20만 개가 넘는다. 이는 수출기업의 낙수효과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장이 문을 닫자 실직자가 쏟아지는 현대중공업·한국GM 군산공장도 낙수효과를 방증한다. 낙수가 없으면 분수 자체가 말라버린다는 얘기다. 오늘 청와대가 남북 정상회담에 4대 기업 총수·대표를 이끌고 가는 것도 낙수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기업이 앞장서야 남북 경협의 파급효과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도라면 낙수효과부터 인정해야 한다. 트레비 분수도 말만 분수지 위에서 물이 콸콸 흘러내린다. 유튜브라도 찾아보면 금세 확인할 수 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김동호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분수대] 낙수효과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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