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장동 “4000억 도둑질” 수사권 어떻게 조정되든 진상 밝혀야
대장동 특혜·비리로 기소된 남욱 변호사가 대장동 사업을 두고 “4000억원짜리 도둑질”이라고 직접 말한 녹음 파일이 법정에서 재생됐다. 육성으로 “(문제가 되면) 게이트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도배할 것”이라고도 했다. 2014년 11월 남 변호사가 다른 대장동 일당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성남시가 대장동 민관 개발을 선언한 것은 남 변호사가 이 말을 한 지 한 달 뒤인 2014년 12월이고, 대장동 사업자 선정 절차는 2015년 2월 진행됐다. 4000억원은 실제 대장동 일당이 거둔 배당 수익이다. ‘4000억 도둑질’은 사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챙길 불법 이익을 정확히 알았다는 의미다. 사업 전반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성남시 측과 공모하지 않고 이런 일이 가능한가.
대장동 사건은 수천억 원 특혜를 받는 대가로 뇌물 수백억 원을 건네는 희대의 부패 범죄 사건이다. 문제의 핵심은 개발 이익이 아무리 커져도 성남시 몫은 1822억원으로 줄여버리고 나머지 배당과 분양 수익은 대장동 일당이 모두 가져갈 수 있도록 한 특혜 구조다. 그 구조를 누가, 왜 만들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다. 남 변호사는 최근 녹음 파일에서 “이 모든 각을 유동규(전 성남도개공 본부장), 이재명(당시 성남시장), 최윤길(전 성남시의회 의장) 세 사람이 처음부터 각본을 짜서 진행한 것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의 검찰 수사는 유동규·최윤길 앞에서 멈췄다. 비리 ‘몸통’과 윗선은 하나도 밝혀진 게 없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이 시행되면 단군 이래 최대 비리라는 대장동 수사가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민간 특혜로 성남도개공에 손해를 끼친 배임(경제)과 뇌물(부패) 혐의는 검찰의 계속 수사 대상이다. 그러나 공무원의 직권남용 혐의는 경찰로 넘겨야 한다. 같은 피의자를 두고 검·경이 다른 수사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혼선을 빚으면 피의자가 빠져나갈 구멍도 커질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 과제로 ‘범죄 대응 공백 방지’를 약속했다. 검·경 수사권이 어떻게 되든 대장동 특혜·비리의 진상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법치 국가에서 극소수 일당이 4000억원을 도둑질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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