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완박法’ 통과 후 검찰 풍경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달 28일 ‘변호사·시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행사를 시작했다. 필리버스터의 목적은 지난달부터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여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법 통과를 막는 것이었다. 3일까지 33명의 일반 시민 및 법조인 등이 참여했다. 법은 통과됐지만 오는 6일까지 필리버스터는 이어진다고 한다. 이미 신청한 사람들이 끝까지 할 말은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들은 누가 등 떠밀어 자리에 나온 게 아니다. 법안이 이대로 통과되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연사 중엔 대학 1학년생도 있고 일반 주부도 있었다. 어느 참가자는 스스로 분장까지 준비해 검수완박이 이뤄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해 ‘1인 창작극’도 했다. 필리버스터 행사를 기획한 변협 관계자는 “시민들이 이렇게까지 관심 있는지 몰랐다. 정성이 대단했다”고 했다.
변협이 필리버스터 행사를 시작하기 며칠 전 검찰 고위 관계자에게 “검찰이 할 일을 변협이 대신 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검수완박 법안이 그렇게 문제가 있고 국민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면, 검찰 출입 기자나 여의도 국회의원들에게만 설명할 것이 아니라 검사들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 사태의 심각성을 상세히 설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이 관계자는 “검사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개인 의견을 외부에 드러내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결국 그것이 검찰의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찰도 하루가 멀다 하고 평검사에서부터 검사장급 검사들까지 사실상 외부에 공개되는 검찰 내부 게시판에 검수완박 법안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올리며 막아보려 했지만 국회 입법권에 가로막혔다. 국회 현장에서 법안 통과 과정을 지켜본 검찰 관계자는 “막상 다수당이 밀어붙이니 아무리 논리적으로 말해도 소용없더라”라고 했다. 검사뿐 아니라 판사, 변호사, 법학교수, 시민단체, 심지어 일반 시민들까지 검수완박에 반대해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헌재에서는 입법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과 법률의 위헌성을 따져보게 된다. 현 상황에서 악법을 저지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단계다.
할 수 있는 카드를 대부분 썼다는 생각 때문인지 검찰은 체념하는 모습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집단으로 옷을 벗어 ‘악법 입법’에 항의하겠다고 한 검사장급 간부들도 말이 없다. 검사들이 그렇게 소중히 여기던 직접 수사권 대부분을 넘겨주게 되고, 일반 국민들이 직접 피해를 보게 된 상황에서 ‘점잖게’ 불의에 분노하는 모습이다. 평검사들 사이에서는 “총장을 보좌했던 대검 간부들이라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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