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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동

bindol 2022. 5. 19. 19:00

데동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데동’은 ‘죄송’을 귀엽게 표현한 말이다. 아직 말을 잘 못 하는 아기처럼 혀 짧은소리를 낸 것인데, 요즘 20대 연인이나 친구 사이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런 식의 애교 말투로 가장 화제가 됐던 건 “나 꿍꼬또 기싱 꿍꼬또 무또오또”가 아닐까 싶다. 2015년 크게 인기를 끌었던 5살짜리 아이의 애교 동영상 속 말인데, 번역(?)하자면 “나 꿈꿨어 귀신 꿈꿨어 무서웠어”다. 아이의 어머니가 자신의 페이스북(현 메타)에 영상을 올린 후 폭발적으로 퍼져나갔고, 더불어 ‘귀신이 잘못했네’라는 댓글도 인기를 얻었다.

2015년 유행했던 애교말투. 사진 인터넷 캡처

이후 방송에 출연한 모든 젊은 연예인이라면 남녀를 떠나 한 번쯤 따라 한 것 같은데,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니 당시 50대 문턱을 막 넘은 배우 김희애도 TV 프로그램 ‘연예가중계’에서 이 애교 대사로 치명적인 귀여움을 뽐냈다고 한다. 이 말투를 흉내 내서 인기를 얻은 광고도 있다. 그해 연말 공개된 배스킨라빈스31 광고인데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크리스마스 아이스크림 덕분에 가족 모두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데, 마지막에 엄마(라미란)가 “여보, 나 둘째 꿍꼬또”라고 하자 아빠(김성균)가 화들짝 놀라며 자리를 뜨는 장면이다.

남에게 귀엽게 보이려는 애교는 사실 당사자가 아니면 호불호가 갈린다. 외계어 같은 젊은 연인들의 대화에 혀를 찰 때도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애교는 젊게 사는 방법의 하나인 것 같다. 싱거운 농담을 건넬 여유가 있고, 또 웃음으로 받아줄 사람이 옆에 있다는 얘기 아닌가. 멋쩍긴 하지만 불쑥 ‘데동’이라는 말을 했을 때 ‘나잇값 못한다’ 핀잔 대신 웃어줄 사람이 있을까 세어보게 된다.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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