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tvN 나영석 PD의 대표작 ‘삼시세끼’(사진) 시리즈를 보면서 인기 요인이 뭘까 생각한 적이 있다. 일단,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배우 이서진과 차승원이 편의시설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깡촌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재밌었고, 반(半)자연인 유해진의 시시껄렁한 아재개그가 재밌었다.
그런데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삼시세끼’가 인기를 얻었던 진짜 이유는 이런 연예인들의 재발견이 아니라, 도시인의 바람을 영리하게 뽑아낸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일주일 중 닷새는 도시에서, 이틀은 촌에서 살아보고픈 ‘5도2촌’ 라이프를 완벽하게 재현해냈기 때문이다. 아궁이에 불을 때서 가마솥에 밥을 짓고, 침대도 없이 딱딱한 온돌 바닥에서 잠을 자고, 집 앞 텃밭에 각종 채소를 심고 키워 그것으로 밥을 해먹는 2~3일간의 생활은 도시인이 바라는 일종의 촌캉스(촌으로 떠난 바캉스)였다. 도시와 단절하고 아예 시골로 내려와 사는 ‘이도향촌(離都向村)’이 아니라, 새로운 놀이를 즐기듯 2~3일 ‘논뷰(논이 내다보이는 뷰)’와 함께 여유를 즐기다 모든 것이 편리한 도시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으니 부담도 없고 즐거울 수밖에 없다.
tvN '삼시세끼-고창편'의 주무대가 됐던 한옥. 사진 영상 캡처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지난 연말 내놓은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선 이런 삶을 지향하는 트렌드를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라고 명명했다. “촌스러움이 힙해지고 있다”며 “평범한 일상마저 버겁게 느껴지는 도시인에게 촌은 따분함을 넘어서는 여유로움과 불편함을 무릅쓰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다가온다”는 설명이다. 예나 지금이나 자연속 ‘별장’을 갖는 일은 도시인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