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로부터 어찌 생물이 태어났을까? 처음엔 그냥 우연히 생긴다고 믿었다. 그러나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가 아주 간단한 깔때기 실험으로 생물의 자연발생설을 완전폐기시켜 버렸다. 이후 과학자들은 생명의 기원에 대한 나름의 답을 내고 있다. 비록 정답은 아닐지라도 끈질긴 탐구력에 따른 해답이다. 지금으로부터 138억 년 전일 때 대폭발로 우주가 생겼다. 45억 년 전에 지구가 생겼다. 이후 40억 년 전에 최초 생명체가 생겼다. 도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나의 가설로 시작된다. 오파린(Aleksandr Oparin 1894~1980)은 간단한 무기물로부터 복잡한 유기물이 발생하는 과정에 대해 해설했다. 그의 저서 ‘생명의 기원’은 그야말로 생명의 기원을 밝혔다. 물론 가설일 뿐이다. 다만 생명의 기원에 대해 초자연적 사고가 아니라 과학적 사고로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후 밀러(Stanley Miller 1930~2007)는 스승인 유리(Harold Urey 1893~1981)의 강의를 들은 후 1953년에 오파린의 가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밀러-유리의 실험이다. 저분자 기체인 메탄 암모니아 수소 수증기라는 무기물로 원시지구 조건을 만들고 일주일 동안 고압의 전기자극을 주었더니 생체 고분자인 아미노산 등의 여러 유기물들이 합성되었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유기물로부터 어찌하여 생명체가 출현할 수 있었을까? 수십억 년 단위의 장구한 세월 동안 유기물들이 이합집산하여 최초의 생명체가 창조(creation)보다 창발(emergence)되었을 수 있다. 바로 단세포 생명체 루카(LUCA)다.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의 이니셜로 모든 지구 생명체의 공통 조상이다. Last는 가장 나중이 아니라 가장 처음인 First의 뜻이다. 푸카(First Universal Common Ancestor)라 해도 된다. 그렇다면 루카로부터 어찌하여 최초의 인류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40억 년 전에 생긴 루카로부터 고균과 세균, 진핵생물이 생겨나고 400만 년 전에 최초의 인류가 출현했다. 바로 루시(Lucy)다. 미국의 인류학자인 조핸슨(Donald Johanson 1943~)이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화석을 발견했다. 그 때 비틀즈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가 들렸단다. 루시라 이름 지었다. 여성으로 추정되는 최초의 인류다. 학명으로는 아직 호모(Homo)가 붙지 않는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이니 원인(猿人)이다. 아프리카의 남방계 원숭이란 뜻이다. 이후 더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인원(類人猿) 화석들이 발견되었어도 최초의 인류는 루시로 정해진 편이다. 이후 학명에 호모가 붙는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이겔베르겐시스 등을 거쳐 현생 인류가 나타났다. 50만 년 전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는 5만 년 전 더욱 머리가 좋아진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되었다. 이제 신의 경지에 오른 호모 데우스이자 지구에서 가장 폭력적 존재인 호모 라피엔스이면서 유일하게 쓰레기를 버리는 호모 러비쉬가 살아간다. 지금까지 그랜드 히스토리 차원의 생명사(生命史)다. 생각이 아득해진다. 부질없어 보인다. 쪼잔해지지 않는다. 생각통이 커진다. 마음이 호쾌해진다. 가끔 쓸데없이 이런저런 그랜드 한 생각을 할 필요가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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