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43] 제대로 무리 짓는 법
공자는 ‘시경(詩經)’을 읽게 되면 공도(公道)를 향한 뜻을 제대로 일으킬 수 있고[可以興], 일과 사람을 제대로 살필 수 있게 해주며[可以觀], 제대로 무리를 지을 수 있게 해주고[可以群], 제대로 원망할 수 있게 해준다[可以怨]고 했다. 공자에게 시란 음풍농월이 아니라 공적인 생활을 위한 기본 훈련서였다. 또 공자는 아들 리(鯉)에게 “시를 배우지 않으면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조직에서 제대로 사람을 알아보고, 제대로 된 사람과 말을 주고받으며, 제대로 함께할 사람과 무리를 짓고, 제대로 미워할 사람은 미워하면서 일을 해나가는 지침이 바로 공자가 말하는 시(詩) 공부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이군(可以群), 즉 제대로 무리를 짓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머지는 모두 이를 위한 보조적 차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자는 ‘논어’ 위령공(衛靈公)편에서 “군자는 무리를 짓되 편당을 하지 않는다[群而不黨]”고 했다. 내로남불이 소인들이나 하는 짓거리임은 그 때문이다. 그러면 군이부당(群而不黨)하려면 군주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바로 다음에 해법이 나온다.
“그 사람 하는 말이 좋다고 해서 그를 들어 써서는 안 되고, 그 사람이 우리 편이 아니라고 그 사람의 좋은 말을 내버려서도 안 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두 달 만에 지지율 30%대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30%대라는 진흙탕에 빠져든 여러 요인 중 하나에 “말이 좋다고 해서 들어 쓴” 인사 요인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우리 편이 아니어도 좋은 말은 채용해서 쓰는 것”은 분명 지지율 회복에 힘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도어 스테핑은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로 제한하는 게 바람직할 것” 등과 같은 말이 그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말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덕성을 살펴서 들어 쓰고 귀를 열어 자신을 향한 쓴소리에도 마음을 연다면 지지율 회복은 시간문제다. 단, 큰 기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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