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45] 부직, 불밀 그리고 불명
‘논어’에 나오는 첫 구절을 풀면 “문(文)을 배워서 늘 그것을 몸에 익히기를 정말로 즐거워해야”가 된다. 이는 눈 밝은 임금, 즉 명군(明君)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다움[人文]을 배워 익혀야 한다는 말이다.
세 번째 구절,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속으로조차 서운해하지 않아야 진실로 군자가 아니겠는가?”는 마음 곧은 신하[直臣]가 되려면 자랑하려는 마음을 품지 말아야 한다[不伐]는 뜻이다. 결국 예나 지금이나 가장 바람직한 상하 관계는 명군(明君), 직신(直臣)이다.
이틀 전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언론에 포착돼 논란이 되고 있다. 내용의 부적절함은 별개로 하고 우리는 이 일을 통해 두 가지를 짚어 볼 수 있다.
하나는 권 대표가 사진에 찍힐 것을 알고서 이렇게 했을 경우다. 그것은 내가 대통령과 이런 사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하려는 것이니 부직(不直)이 된다. 즉 자랑하고 싶어서[伐] 의도적으로 그런 자리에서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말이다. 이는 마음가짐에 관한 문제다. 또 하나는 모르고서 했을 경우다. 그것은 부직의 문제가 아니라 불밀(不密)의 문제가 된다. 치밀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는 능력과 자질에 관한 문제다.
공자는 ‘주역’ 계사전에서 군신 관계에 관한 섬뜩한 경고를 남겼다. “임금이 주도면밀하지 못하면 신하를 잃고 신하가 주도면밀하지 못하면 몸을 잃는다[君不密則失臣 臣不密則失身].” 당연히 여기서 강조점은 신하 쪽이다. 이어서 공자는 좀 더 구체적으로 신하 쪽을 향해 경고한다.
“(특히) 기밀을 요하는 일[幾事]을 하면서 주도면밀하지 못하면 해로움이 이뤄지니 이 때문에 군자는 신중하면서도 주도면밀하여[愼密] 함부로 말을 입 밖에 내지 않는다.”
권 대표는 이미 부직(不直)함이 드러났고 또 불밀(不密)한데도 계속 중용하면 윤 대통령에게도 불명(不明)이라는 평가가 쌓여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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