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72> 진화와 진보 ; 대멸종 진행

bindol 2022. 7. 15. 04:42

발전적으로 진화하며 진보하지 않는 결과인 6차 대멸종

진화와 진보에서 진(進)은? 길고 크고 날씬한 새인 조(鳥)와 견주어 짧고 작고 통통한 새인 추(隹)가 천천히 가는(辶) 모양이다. 진화(進化)는 생물학 용어로 주로 쓰인다. 생물이 단순에서 복잡한 것으로, 하등에서 고등한 것으로 발전하는 걸 뜻한다. 진보(進步)는 사회학 용어로도 쓰인다. 인간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정도나 수준이 나아지거나 높아지며 발전하는 걸 뜻한다. 진화나 진보 모두 발전하는 양상을 뜻한다. 과연 진화나 진보는 발전적으로 진행되는 걸까?

 

진화론의 최초 제창자는 라마르크(Jean Lamarque 1770~1832)였다. 그는 1809년 출판한 ‘동물철학’에서 용불용설(用不用說)을 주장했다. 어느 생명체가 노력하여 쓰는(用) 기관과 안 쓰는(不用) 기관의 차이가 후손에게 유전되어 쓰는 기관은 진화하며 안 쓰는 기관은 퇴화한다는 설이다. 그러나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은 50년 후 1859년 출간한 ‘종의 기원’에서 또 다른 진화론을 밝혔다. 용불용설처럼 살면서 노력으로 획득한 후천적 형질이 후손에게 이어져 진화되는 게 아니라고 못 박았다. 자연선택설을 주장했다.

 

타고난 돌연변이로 인해 자연의 선택을 받아 외부 여건에 더 적응하는 생명체가 더 많이 살아남는다고 했다. 더 많이 생존한 적자의 선천적 특성이 후손에게 이어져 진화한다는 설이다. 그런데 진화는 필연적 목적에 따라 발전을 지향하지 않는다. 목적 없이 무작위적이고 비체계적이며 불완전하게 일어난다. 우연적이며 산만하게 진행된다. 다윈과 별도로 비슷한 진화론을 밝힌 월리스(Alfred Wallace 1823~1913)의 논문 제목처럼 ‘원형으로부터 무한히 멀어지는 변종의 경향성’을 지니며 다양하게 진화할 뿐이다.

발전성보다 다양성이 있도록 생명체가 진화한다면 인간사회의 진보는? 인간사회는 발전하는 쪽으로 진보할까?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는 학문과 예술의 발전이 인간 본성을 타락시킨다고 했다. 프랑스 학술원 공모전에 1등 당선된 논문에서다. 인간사회는 발전 쪽으로만 진보하지 않는다.

맬서스(Thomas Malthus 1766~1834)는 인간사회가 퇴보하고 있으니 인정사정없이 무자비할 정도로 적극해결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1798년 출판한 ‘인구론’에서다.

맬서스는 식량 증가가 인구 증가를 못 따라가므로 인간사회가 병들어 간다고 했다. 하지만 인간은 녹색혁명으로 식량생산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며 식량문제를 해결했다. 이제 문제는 쓰레기다. 현대인은 쓰레기 에너지인 엔트로피를 초기하급수적으로 늘리며 산다. 식량 문제는 먹고살기 절실하기에 해결했지만 쓰레기 문제는 당장 절실하지 않으니 해결노력이 부족하다. 대기 중 탄소치 정도나 운운하며 대충 시늉만 낸다.

 

쓰레기는 넘치도록 쌓이며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인간사회를 타락시키고 있다. 혹시 어떤 생명체가 하늘 땅 강 바다 곳곳에 널린 쓰레기를 대량급속 자연분해하도록 진화하지 않는 한 인간사회는 발전하는 쪽으로 진보할 수 없다. 노자는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 했다. 자연은 인간사회에 유리하도록 돕는 인자함이 없다. 인간사회가 쓰레기 문제를 근본해결토록 대전환하지 않는다면? 지구 역사에 있었던 5차 대멸종 이후 인류세(人類世)에 사는 인간에 의한 6차 대멸종이 진행 중이겠다. 가장 강력한 종인 호모 사피엔스가 먼저 사라질 수 있다. 그게 진작 닥친 현실 사실 진실일 것만 같다. 어떡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