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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MBTI 성격검사

bindol 2022. 7. 26. 03:46

[만물상] MBTI 성격검사

입력 2022.07.26 03:08
 
 
 
 
 
CNN은 한국 MZ세대의 MBTI 성격유형 검사 의존 현상을 집중보도했다. /일러스트=박상훈

유튜브 인기 영상 중에 국내 톱 프로게이머 페이커가 “MBTI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는 영상이 있다. 그의 얼굴엔 또 그 질문이냐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는 좀 망설이다 “MBTI는 성격 유형 테스트 검사입니다”라고 답하고 살짝 웃는다. 얼마나 많이 그 질문을 받았으면 그랬을까 싶다.

▶MBTI 검사가 큰 인기를 끈 것은 2020년 한 예능 프로에서 유명 출연진이 이 검사를 받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부터였다. 지난해 말 한 조사에서 18~29세 젊은 층 90% 이상이 MBTI 검사를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30대도 75%, 40대는 53%, 50대도 40% 가까운 국민이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요즘 MBTI를 모르고 젊은 사람과 대화하려면 말이 안 통하는 이유다. 국민 중 반 이상이 검사해본 경험이 있다니 혈액형을 통한 성격 유형화를 넘는 열풍이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외향·내향, 감각·직관, 사고·감정, 판단·인식 등 지표에 따라 성격을 16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를 INTJ 등과 같이 영어 알파벳 4개로 표현한 것이다. 브릭스와 마이어스 모녀가 1940년대 스위스 심리학자 카를 융의 이론에 기반해 당시 여성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80년 전 만들기 시작한 성격 테스트가 뒤늦게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미국 CNN은 한국의 MZ세대가 데이트 상대를 찾는 데 MBT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많은 한국 젊은이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사람을 알아가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는 MBTI 유형을 보고 잘 맞는 사람을 골라 만난다는 것이다. 데이트에서만 아니라 각종 상품 마케팅, 채용·취업 시장에서도 MBTI가 쓰일 정도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3% 정도가 이미 MBTI를 채용에 활용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MBTI는 전문적인 심리 검사에 비해 전문성이 낮고 일반화하기에는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이 검사를 만든 브릭스와 마이어스 모녀는 심리학 전공자가 아니다. 연속 테스트할 경우 다른 결과가 나오는 사례가 있어서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기업이 채용에 이 검사를 활용하면 구직자들은 기업이 원하는 유형이 나오도록 반응할 것이다. 연애 상대끼리도 비슷할 가능성이 있다. MBTI 열풍이든 다른 무엇이든 모든 것은 지나치면 모자라느니만 못하다. 재미 수준을 넘어서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삼을 정도로 과신하면 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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