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2] 통치의 ‘질서’
‘작(爵)’이라는 글자는 본래 복잡하며 우아하게 만든 청동(靑銅) 술잔의 지칭이다. 그런 여러 술잔을 공적 많은 사람에게 내려주면서 생긴 단어가 작위(爵位)다. 과거 공후백자남(公侯伯子男)으로 다섯 등급을 나눠 부여하던 최고위 벼슬 뒤에 붙었던 글자다.
‘질서(秩序)’라는 단어도 흐름이 그렇다. 지금은 순서나 차례 등을 지칭하지만 본래 출발점에서는 벼슬의 높낮이[序]에 따라 곡식[秩]으로 지급하던 봉록(俸祿)을 가리켰다. 따라서 관질(官秩)은 공무원의 서열인 관등(官等), 질미(秩米)는 곧 그들이 받는 봉급(俸給)을 뜻한다. 흔히 녹봉(祿俸)으로 통칭했던 옛 공무원의 급여는 봉질(俸秩), 녹질(祿秩)이라는 단어로도 적는다.
또한 대개는 달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까닭에 월급(月給), 월봉(月俸), 월전(月錢), 월향(月餉) 등으로도 부른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생활의 필수품을 땔감, 쌀, 기름, 소금[柴米油鹽]으로 묶는다. 거기다가 장(醬)과 초(醋), 차(茶)를 덧붙여 ‘생활에 필요한 일곱 가지 물건(開門七件事)’으로 치부한다. 그 맥락에서 중국인이 ‘급여’를 통칭하며 쓰는 말이 ‘신수(薪水)’다. 본래는 땔감을 구하고, 물을 길어오는 일에서 유래했다. 지금으로부터 1800년 전인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 때 일찌감치 등장해 오늘날까지 어엿하게 쓰이는 말이다.
그 급여를 줄이는 일이 ‘감신(減薪)’인데, 요즘 해외 중국어 매체들이 자주 언급한다. 중국 여러 지방 공무원들의 급여 감축이 자주 벌어지기 때문이다. 절반에 가까운 급여를 줄이거나, 아예 지급을 미루는 곳도 나오는 모양이다. 지방재정의 파탄을 암시하는 현상일 수도 있다. 급여를 제때 주지 못하면 말 그대로의 ‘질서’가 무너지는 법이다. 공산당 통치의 근간인 지방 공무원 체계를 뒤흔들지 모를 위협이다. 결코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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