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평중 칼럼] 이중권력 타파해야 나라가 산다
한 국가에 두 정치권력이 통치권 다투는 상태
국회 장악한 야당, 정부 정책 모조리 거부
민생 살리는 덧셈 정치로 지지 넓히는 게 정공법
2022년 여름 대한민국은 이중권력 상태다. ‘경찰의 난(亂)’이 생생한 증거다. 이중권력은 한 국가 내부에 대립하는 두 정치권력이 국가 통치권을 두고 다투는 것을 가리킨다.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여당의 정책과 주장을 모조리 거부한다. 야당 원내대표는 출범 두 달 갓 넘긴 대통령 ‘탄핵’을 겁박한다. 지난 대선에 대한 심리적 불복이 윤석열 정부 난맥상과 맞물려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마키아벨리 말처럼 ‘대중의 증오와 경멸은 군주에게 치명적이다.’
경찰 사태를 둘러싼 여론전에서도 윤 정부는 약세다. 여론 수렴을 건너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은 국민의 의구심을 키웠다. 경찰 조직 전체를 적으로 돌려세워서는 안 될 일이었다. 하지만 무장력까지 갖춘 14만명의 강권 기구 경찰이 누구에게도 통제받지 않는 독립 권력이 되는 것을 용납할 나라는 없다. 문민 통제를 거부하는 군대를 헌정 국가가 용인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역대 모든 진보·보수 정권에서 친정부적이었던 경찰의 흑(黑)역사는 경찰 권력의 책임성과 독립성의 조화가 시대적 과제임을 일깨운다.
막부 시절 일본 천황제는 쇼군과 천황이 권력과 권위를 분담한 이중권력 체제로 혼란을 피하기 어려웠다. 왕위를 넘긴 후에도 병권(兵權)을 유지한 태종과 세종의 이중권력은 태종이 죽음으로써 해소될 수 있었다. 러시아 혁명 때 멘셰비키 정권과 이중권력 상태였던 볼셰비키는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 깃발을 내걸어 이중권력을 타파하고 혁명에 성공했다. 공식 국가 기구를 인계받았다지만 윤석열 정부는 거대 야당 국회 권력과 좌파 시민 단체, 방송의 사회 권력 연합에 포위된 소수 약체 정부에 불과하다. 이런 한국적 이중권력이야말로 ‘경란’(警亂)의 근본 배경이다.
극단적 이중권력은 내란을 부른다. 이중권력을 민주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선 후년 총선에서 입법 권력을 교체하는 길밖에 없다. 민생을 살리는 덧셈 정치로 민심의 지지를 넓히는 게 정공법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는 매우 실망스럽다.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 발언과 권 직무대행의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발언의 본질이 자해적 뺄셈 정치이기 때문이다. 박근혜·문재인 정권에서 최고 권력자의 뺄셈 정치가 권력 전체의 헤게모니 상실로 이어진 교훈을 잊고 있다.
헤게모니(Hegemony)는 국민이 정치 리더십에 자발적으로 동의할 때 창출되는 지도력이다. 군대와 경찰 없이 국가 자체가 존속 불가능하지만 독재자도 강권력만으론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 우크라이나 침략이라는 세계사적 재앙을 초래했어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강력한 지도자로 건재하다. 물리력과 함께 국민 지지에서 나온 헤게모니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정 성과를 내놓지 못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조차 지지율이 뒤진다. 현직 대통령의 헤게모니 상실과 이중권력의 악순환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습격 폭동이 증명하듯 이중권력은 미국을 유사 내전(內戰)의 대혼란에 빠트렸다.
윤 대통령은 자신을 통치자로 만든 권력 연합을 스스로 무너트림으로써 동지는 늘리고 적(敵)은 줄여야 할 정치의 철칙과 반대로 가고 있다. 당선 후 동지는 줄이고 적을 늘려간 대통령의 행보는 권력 관리의 근본적 실패를 뜻한다. 과격한 강성 우파로 알려진 대통령실 행정관 “강기훈과 함께” 가는 것도 지지 기반을 좁히는 자충수다. 최대 연합을 통해 대세(大勢)를 모으기는커녕 합리적 보수와 중도 유동층까지 배제하는 소수 정권의 강경 노선은 쇠멸(衰滅)의 길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 매버릭(Maverick·독불장군) 윤석열’이 만성적 지지율 추락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가 배제의 정치로 우파 헤게모니를 해체하는 것은 권력론 관점에서 치명적 오류다. 민주정치에서 열성 지지자들만으론 국가를 운영할 수 없다. 다음 총선에서 윤 정부가 패배하면 이재명 좌파 포퓰리즘이 온 나라를 초토화하고 말 것이다. 역사의 폭풍 속에서 표류하는 한국호(號)가 ‘선장 윤석열’의 책임 윤리를 묻는다. 대한민국을 부인하는 수구 좌파를 제외한 모든 국민과 자유주의 세력이 합력(合力)한 최대 연합의 정치만이 윤석열 정부를 살리고 이중권력을 타파한다. 이런 경세제민(經世濟民)의 패러다임 대(大)전환이야말로 대통령의 소명이자 정치의 궁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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