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5] 속임수의 자업자득
상대를 속이고 또 속여서라도 꼭 이겨야 한다는 싸움 심리는 중국에서 아주 오래전에 빛을 발했다. 우선 2500년 전의 여러 기록이 그 점을 말해준다. “너도 속이고 나도 속인다(爾虞我詐)”는 ‘좌전(左傳)’ 유래의 성어가 대표적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손무(孫武)는 일찍이 “싸움은 곧 속임수(兵者, 詭道也)”라고 단정했다. 뒤를 이은 전국시대(戰國時代) 법가(法家) 한비자(韓非子)도 “싸움에서는 속임수를 마다하지 않는다(兵不厭詐)”고 했다.
따라서 중국인들은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는 ‘헤아림’에 능할 수밖에 없다. ‘계산(計算)’이라는 속성이다. 마음속으로 헤아리는 일이어서 심계(心計), 심산(心算)으로도 부른다. 계략(計略), 책략(策略), 모략(謀略), 모계(謀計) 같은 표현도 있다.
죽느냐 사느냐를 다투는 싸움에서 살아남아 이기려면 피할 수 없었던 일이다. 그러나 문화의 큰 근간으로 그를 끝없이 키워왔다면 생각해 볼 문제다. 중국은 그런 병법의 오랜 전통을 삶 속으로 고스란히 이어온 자취가 뚜렷하다.
‘가짜’와 ‘짝퉁’은 아직 이어지고, 돈 없고 힘 약한 사람은 ‘(구덩이) 빠뜨리기, (눈) 가리기, 협박하기, 속이기[坑蒙拐騙]’에 늘 당한다. 병법의 ‘헤아리기 전통’을 남 속이는 ‘못된 꾀’의 형편없는 수준으로 줄곧 내려앉힌 결과다.
그래서 요즘 중국 인터넷에선 ‘속지 않기 지침(防騙指南)’이 성행한다. ‘양로(養老) 사기(詐欺)’부터 ‘대학 신입생 사기’ 등 수많은 속임수가 횡행하자 나온 대응법이다. 세계 어느 곳이나 다 사기가 벌어지지만 중국은 그 점에서 아주 화려하다.
그러나 남들로 하여금 ‘뭘 또 속이려고…’ 하는 의구심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만든 점은 큰 부담이다. 긴장감 넘치는 병법 전통을 어둡고 불길한 사술(詐術)로 연역(演繹)한 문명 퇴행의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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