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7] 다시 쌓는 만리장성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쌓는 담의 대표 지칭은 성(城)이다. 글자는 두 요소의 결합이다. 흙을 가리키는 ‘토(土)’와 무기로써 무언가를 지켜내는 ‘성(成)’의 합성이다. 무기를 쥐고 싸우는 행위에 흙이 따랐다. 전쟁을 상정한 건축이라는 얘기다.
중국은 이런 담과 울타리의 문명을 오래 이어왔다. 그 땅에 들어섰던 왕조는 줄기차게 ‘성’을 쌓았다. 그 종합적 상징은 만리장성(萬里長城)이다. 줄여서 장성(長城)이라고도 하는 이 담에 관한 규정은 사실 여럿이다.
관광지로 유명한 베이징(北京) 인근 만리장성은 약 600년 전인 명대(明代)부터 지어졌다. 당초 6300㎞라고 알려졌으나 중국 당국은 2009년 그 길이를 8800㎞로 고쳤다. 그에 앞서 중국이 쌓았던 장성의 모든 길이까지 합치면 2만1196㎞에 이른다.
따라서 중국 장성은 ‘만리[3900㎞]’가 아니라 ‘5만4000리’라 불러야 옳다. 그러나 이 ‘축성(築城)의 전통’은 근대 이후 줄곧 가치를 의심받았다. 자기 만족, 정체와 폐쇄에 따른 무능의 상징이라는 해석이 뒤를 따랐다.
최근 중국이 관영 사회과학원 산하 연구소의 역사 해석을 통해 과거 왕조 시대의 폐관(閉關)과 쇄국(鎖國)을 옹호했다. “유럽 중심주의로 볼 일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관문 출입을 스스로 제한한 것[自主限關]”이라며 기존 해석을 번복했다.
‘폐관’과 ‘쇄국’은 성의 출입문을 닫거나, 성으로 둘러싼 국가를 외부와 격리하겠다는 뜻의 단어다. 따라서 이는 개혁·개방을 지양하고 내부 결속을 우선시하겠다는 새 선언과 같다. 공산당이 역사 해석을 독점하는 관례를 볼 때 그렇다.
개혁·개방으로 ‘광장(廣場)’에 나서는가 싶던 중국이 어느새 문을 닫고 ‘밀실(密室)’에 또 숨어들려는 형국이다. 굳게 닫은 문, 높게 쌓은 담 안에서 또 어떤 변수를 만들까. 세계가 지켜보는 중국의 동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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