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6] 심상찮은 시절
심상(尋常)이라는 단어는 옛 문헌에 자주 등장한다. 본래는 길이나 면적을 나타내는 글자 둘의 합성이다. 그 길이나 면적 등이 짧거나 좁아서 이 단어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것’을 뜻한다. 범상(凡常), 평상(平常) 등의 단어가 같은 새김이다. 이들 단어 뒤의 ‘상’이라는 글자는 쓰임새가 많다. 바지가 달리 없던 시절 늘 입었던 치마[裙]를 가리켰다. 그 모습 등에 큰 변화가 없어 결국 ‘변치 않는 무엇’을 지칭했다는 설명이 있다. 상도(常道), 상례(常例) 등의 말로 잘 쓰인다.
큰 변화가 닥칠 때 흔히 쓰는 단어가 이상(異常), 비상(非常), 수상(殊常)이다. ‘수상’은 반공(反共)의 기운이 왕성하던 1970년대 무렵 “수상한 사람 신고하자”의 구호로 귀에 익다. ‘수상쩍다’는 말도 곧잘 쓴다. 기상(氣像)의 영역에서 큰 변화가 따르면 흔히 천재지변(天災地變)으로 적는다. 옛 사람들은 이를 재이(災異), 재앙(災殃)이라고 표현하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즉 ‘하늘이 내린 재난’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 맥락에서 만들어진 단어가 천견(天譴)이다. 풀이하자면 ‘하늘[天]의 꾸중[譴]’이다. 하늘이 내린 벌이라고 해서 천벌(天罰), 또는 천주(天誅)라고도 적는다. 이런 재난이 닥치면 땅 위의 최고 권력자는 ‘자아 반성’을 한다. 제왕(帝王)이 내는 반성문이 ‘죄기소(罪己詔)’다. ‘스스로를[己] 책망하는[罪] 공고[詔]’의 뜻이다. 중국 역사에 자주 등장했던 최고 권력의 뉘우침이다. 심각한 문제에 대한 성찰(省察)과 점검(點檢), 개선(改善)의 의미가 담겼다.
미국과의 갈등, 경기의 하강, 지방 재정 고갈 위기에 접어든 중국에 세계적인 가뭄과 고온 현상까지 겹쳤다. 그 피해가 ‘심상’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모양이다. 이 ‘비상’의 시기에 중국의 집권 공산당은 어떤 반성문을 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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