健康 常識

[김철중의 생로병사] 체중은 건강한 삶으로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bindol 2022. 8. 23. 06:34

[김철중의 생로병사] 체중은 건강한 삶으로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美 보험사는 체중 기반으로 보험 상품 운영하며 회원 건강 꼼꼼히 체크
체중(㎏)을 키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 23일 때 사망 위험 낮아
70세 이후엔 과체중보다 저체중이 위험… “나이들면 부족함 경계해야”

입력 2022.08.23 03:00
 
 
그림=이철원

다들 적정 체중을 가지려고 애쓴다. 체중은 먹고 돌아다닌 일상의 결과다. 많이 먹고, 적게 움직였으면 몸무게는 어김없이 늘어난다. 체중은 칼로리 수입과 열량 지출을 표기한 신체 회계장부다. 그렇기에 매일 아침 체중계에 올라섰을 때, 전날 내 활동에 대한 성적표를 받는 느낌이다. 먹은 만큼 늘고, 움직인 만큼 준다. 체중은 수학으로, 숫자에 속임수나 착각이 있을 수 없다. 체중계는 살이 안 찐다.

이런 체중을 갖고 돈을 버는 회사가 있다. 미국 보험회사는 회원들의 병원 치료비를 대주는 이른바 실손보험을 운영하면서, 회원이 건강 관리를 잘해서 지난해보다 병원비를 적게 썼으면, 그 액수의 절반 정도를 보험회사가 가져가는 비즈니스를 한다. 회원이 건강해야 보험사가 돈 버는 구조다.

그들은 간단한 방법으로 가입자 건강 관리를 한다. 전자 체중계를 나눠주고, 아침과 저녁 매일 두 번 몸무게를 재도록 한다. 아침 체중은 잠에서 깨어나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 나서 잰다. 허리와 어깨를 쭉 펴고 숨을 깊이 들이쉰 상태로 측정한다. 저녁 체중은 같은 방식으로 자기 전에 잰다. 이렇게 측정된 체중은 보험회사 건강관리센터로 자동 전송되어 실시간 모니터링된다.

먹고 움직이는 것에 특별한 변화가 없어도 수분 섭취와 배변 정도에 따라 체중은 매일 조금씩 변한다. 미국 보험회사는 4번 연속 측정에서 나타나는 체중 변화에 주목했다. 즉 이틀 동안 연이어 체중이 불었거나 빠졌으면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 경우 보험회사 직원이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물었다. 단순히 식사량과 움직임의 문제였다면, 적절한 식이와 건강 행동을 하도록 권고했다.

환자의 진료 이력을 바탕으로 심장병이나 신장 질환에 의한 부종으로 인한 체중 증가로 평가되면, 즉시 병원 방문을 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혈당 혈압, 체중 3종 세트가 높은 대사증후군 관리가 잘됐다. 심장병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비율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회원이 이틀 연속 체중을 재지 않아도 문의 전화를 했다. 우울증이 있거나 통증 심화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로 봤다. 그만큼 체중 측정으로 알 수 있는 몸 상태 정보가 많다.

 

나이에 따라 적정 체중은 다르고, 말랐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흔히 체중 지표로 체질량지수를 쓰는데, 이는 자기 체중(kg)을 키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키가 170㎝일 때 몸무게가 66~67㎏면 체질량지수는 23이다. 비만 분류표에 의하면, 체질량지수 23은 정상과 과체중 경계다. 대규모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사망률 조사를 해보면, 체질량지수 23 정도 일 때 사망 위험이 가장 낮다. 질병을 견디는 몸이 되려면 적절한 체중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너무 말라도 안 좋고, 지나치게 살쪄도 좋지 않다는 뜻이다.

대개 70세를 기점으로 체중 관리 목표가 달라진다. 고령자는 식욕 저하와 소화 흡수 능력 감소, 치아 부실 등으로 영양 부족이 쉽게 온다. 체중도 줄고 근력 저하도 일어난다. 칠순부터 적정 체중 목표를 올리는 게 좋다. 저체중보다 과체중이 낫다. 70세 전에는 건강관리 목표로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등 생활 습관병 예방에 방점을 두어야 하고, 70세가 넘어서면 근력 감소와 노쇠 예방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사망 위험 기준을 놓고 보면, 70세 전에는 체질량지수를 22~23으로 유지하고, 70세 이후에는 23~24이 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젊었을 때는 넘치는 것을 주의하고, 나이 들면 부족함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다.

 

현재 우리는 안팎으로 체중 관리 위협 시대를 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폭염과 혹한이 교차하는 기후 변화는 체중 관리를 힘들게 한다. 기온이 올라가면 저장된 에너지를 연소시키는 몸속 갈색 지방 활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1도 상승했을 때 당뇨병은 약 4% 증가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경제위기는 불안으로 작용하여 체내 에너지 저장 욕구를 높인다. 불경기에는 같은 칼로리를 먹어도 살이 더 잘 찐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호르몬 밸런스가 깨지고 기초 대사가 떨어져 살이 찌기 쉬운 몸이 된다.

 

체중은 하루 일상 행동과 심리가 기록되는 블랙박스다. 인생 경로와 노화에 따라 적정 체중을 만들어 가자. 매일 재는 체중은 건강한 삶으로 안내하는 기초 내비게이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