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8] 깊어지는 중국의 가을

bindol 2022. 9. 27. 08:48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8] 깊어지는 중국의 가을

입력 2022.09.09 03:00
 
 
 
 
 
/일러스트=박상훈

가을[秋]에는 만산홍엽(滿山紅葉)의 색감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전통 관념에 따라 가을의 색조를 말할 때는 보통 하얀색, 즉 백(白)이다. 음양오행(陰陽五行)에 따른 인위적 가름에 따르자면 그렇다. 그래서 하얀 가을, 소추(素秋)라고도 한다. 가을은 따스함이 자리를 비키고 쌀쌀함이 찾아오는 큰 길목이다. 따라서 만물이 움을 틔우는 봄과 곧잘 대조를 이룬다. 우리가 맞이했다가 곧 보내는 한 해나 사람의 나이를 춘추(春秋)라고도 적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가을의 형용은 풍부하다. 먼저 방위(方位)로는 서쪽[西]이다. 서늘한 기운이 머문다고 해서 쇠[金]로 여긴다. 소리로는 중국 옛 오음(五音) 중 쓸쓸한 음조인 상(商)으로 적는다. 따라서 ‘백(白)’ ‘소(素)’ ‘금(金)’ ‘상(商)’ 등은 가을의 한자들이다. 그래서 가을을 금추(金秋), 금상(金商), 금소(金素), 상추(商秋), 상소(商素), 백상(白商), 소상(素商) 등으로도 적는다. 한 계절은 보통 맹중계(孟仲季)로 나눈다. 그에 따라 초가을은 맹추(孟秋)다. 달리 수추(首秋)와 상추(上秋)로도 부른다. 가을의 복판이 중추(仲秋)다. 다른 표현은 중상(仲商)이다. 추위를 부르는 늦가을은 계추(季秋), 그 별칭은 모추(暮秋)나 말추(末秋)다. 농사를 지어 키운 것을 거둔다는 뜻에서 가을은 수성(收成)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봄의 기운은 식생이 움을 틔운다고 해서 발생(發生)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이다. 그에 비해 가을의 기운을 대표하는 말은 숙살(肅殺)이다. 쌀쌀함이 풀이나 나무를 말려 죽인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많은 것이 성장했던 개혁·개방을 ‘발생’의 봄에 비유하자면, 이제 그 흐름을 되돌린 요즘은 완연한 ‘숙살’의 가을이다. ‘쇄국(鎖國)’에 이어 ‘계급투쟁 유효’ 주장도 나온다. 바야흐로 깊어지는 중국의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