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국인은 유독 정치에 관심이 많다. 지금 우리들의 관심은 온통 제18대 대통령선거에 쏠려 있다. 한국 땅은 예부터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었다. 하느님이 지상천국을 건설할 장소 정해 자기의 아들을 내려 보낸 곳, 그곳이 바로 한국 땅이다. 한국은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桓雄)이 지상천국을 건설한 곳이고, 그 아들 단군(檀君)이 그 천국을 이어간 곳이다. 천국은 여럿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뿐이다. 그래서 한국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온갖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집이 없어서 길에서 생활하는 노숙자가 한둘이 아니다. 학교 폭력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이 현상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은 안타깝다. 이 안타까움이 한(恨)으로 맺힌다.
어떤 학자가 ‘한국인에게 한이 많은 까닭은 수많은 외침(外侵) 때문’이라고 설명한 뒤로 그것이 거의 정설처럼 되어버렸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인의 한은 지상천국을 건설하지 못한 데서 나오는 것이다. 한국인에게는 아직도 천국에 살았던 때의 기억이 유전자 속에 남아 있다. 그 때문에 지옥처럼 되어버린 현재의 상황은 안타까울 뿐이다. 그럴수록 천국이었던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효과가 빠른 것이 정치다. 한국인이 정치에 관심이 많은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치(政治)란 다스린다는 말이고, 다스린다는 말의 한자어는 ‘치(治)’다. 그러나 단군신화에는 치(治)라는 글자 대신 ‘리(理)’라는 글자가 쓰이고 있다. 리(理)는 ‘옥(玉)’과 ‘리(里)’를 합한 것으로, 본래는 ‘옥의 무늬’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옥의 무늬는 헝클어져 있지 않다. 지극히 아름답지만 질서가 있다. 우리나라 한국도 원래는 그처럼 지극히 아름답고 질서가 있는 나라였다. 그러므로 그 처음의 모습으로 되돌려야 한다. 그것이 리(理)라는 말의 뜻이다. 사람의 머리카락은 처음에는 질서정연하게 돋아나지만, 자라난 뒤에 헝클어지곤 한다. 이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이 ‘이발(理髮)’이다. 여자들의 경우는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볶기도 하고 말기도 하면서 예쁘게 꾸미기 때문에 이발이 아니고 ‘미용(美容)’이다.
이발(理髮)과 미용(美容)
원래의 모습이었던 천국으로 되돌리는 정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천사가 아니고서는 천국을 건설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정치가는 천사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 한국인은 늘 그런 천사 같은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대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지난 수십 년간의 한국의 정치사는 기대와 실망이 되풀이되는 과정이었다. 이제는 실망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표를 하는 국민이 정치가의 실상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옛날 ‘노자(老子)’라는 사상가는 ‘노자’라는 책 제17장에서 정치가의 수준과 정치의 내용을 4단계로 나누어 설명한 적이 있다. 선거철을 맞은 우리에게 매우 유용한 가르침으로 생각된다. 노자는 최고 수준의 정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최고의 정치를 하면 아래의 국민은 그 정치가가 있다는 사실만을 안다(大上 下知有之).” 정치 현상을 어린이 놀이터의 관리에 비유해 보자. 최우수 관리인은 어린이들이 놀이터에 나오기 전에 어린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유리 조각이며 돌멩이 등을 치워 어린이들이 맘 놓고 뛰어 놀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놓는다. 그 결과 어린이들은 종일 아무 탈 없이 즐겁게 놀 수 있다. 이 경우 어린이들은 놀이터 관리인이 있다는 사실만 알 뿐 그에 대한 고마움을 알지 못한다. 이러한 관리인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 다른 사람의 평가에 초연할 수 있는 차원 높은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 그리고 사고 위험이 있는 것을 미리 간파해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미리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아무에게서나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직 기미를 알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에게서만 나온다.
모든 사건에는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기미가 보인다. 그 기미가 나타나는 현상을 ‘조짐’이라 한다. 기미를 보고 대처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큰일을 하는 것이다. 옆집의 굴뚝에서 조그만 구멍으로 연기가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다고 하자. 이는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조짐이다. 기미를 보고 처리하는 사람은 옆집 아궁이의 작은 불씨를 끈다. 아무것도 한 것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화재가 났을 때, 그 불을 다 끈 사람이 한 일보다 더 큰일을 한 사람이다. 국보1호 숭례문이 불탔을 때도 조짐은 있었다. 누구든 아무 절차도 없이 숭례문에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화재가 일어날 조짐이었다.
대통령선거에 나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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