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의 오보인가 조작인가?
미국 대통령 바이든과 환담을 한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행사장을 나서면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지난 9월 22일 오전 MBC가 유튜브 영상에 자막을 넣어 공개 ‘[오늘 이 뉴스] 했다.
이후 이 발언은 정쟁의 대상으로 떠오르는가 하면 국론분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파문의 진원지였던 영상 속의 발언이 "바이든"인지, 아니면 "날리면"인지 불분명한데도 마치 분명한 말처럼 확정적으로 보도한 데 있다.
그 후에도 MBC 측은 바이든 이라는 팩트를 제시 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기본권적 자유권의 하나다. 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따라서 보도에 앞서 사실 확인을 철저히 하여야 한다. 백번을 양보 하여 기자는 오보를 할 수 있다. 그러면 정정 보도를 하거나 사과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거나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보도를 주장하다보면 기사 자체가 조작으로 변질 될 수가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27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번 사건을 ‘자막 조작 사건’으로 규정하고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하였다.
윤 대통령도 비속어 논란 발언이 터진 직후 참모들에게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말한 적은 없다” 고 했다. 나 역시 여러 차례 그 영상을 직접 들어 보았지만, 어느 말이 맞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나는 것이 몬데그린 효과 (Mondegreen effect)다.
몬데그린 효과란 문장이나 단어를 잘못 알아들어 엉뚱한 의미로 해석하는 현상이다. 이 말의 출처는 미국의 작가인 실비아 라이트(Sylvia Wright)의 에세이 레이디 몬드그린의 죽음(The Death of Lady Mondegreen)에서 비롯되었다. <머레이의 잘생긴 백작(The Bonny Earl of Murray)>이라는 스코틀랜드 발라드의 가사 중 "그리고 그를 풀밭에 눕혔네(And laid him on the green)"라는 구절을 "그리고 몬더그린 아가씨(And Lady Mondegreen)"로 잘못 알아들었다고 고백하였다.
몬데그린 현상은 특정한 발음이 본인이 아는 다른 발음처럼 들리는 현상이다. 주로 음향이 좋지 않은 곳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외국어가 아닌 모국어도 이번의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처럼 몬더그린의 대상이 되는 때가 있다. 몬데그린 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번역은 '환청'정도 일 것이다.
하지만 '환청'은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뭔가를 들은 것처럼 착각하는 것을 말하므로 몬데그린 현상에 적합한 용어는 아니다. 국어사전에 보면, '오청(誤聽)', '오문(誤聞)', '헛듣다', '엇듣다'라는 어휘가 '잘못 듣다'라는 의미라고 수록되어 있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런 사례를 수도 없이 접하곤 한다.
충남 서산 해미성지의 여숫골은 박해시기에 “예수 마리아”를 부르며 형장으로 끌려가던 천주교인들의 말을 동네 주민들이 “여수머리”로 알아들은 데서 유래 한 것도 그 중의 한 사례다.
중국 외교부의 왕원빈 대변인은 지난 8월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한 3不1限을 한국 측이 '선서'(宣誓)했다고 했다. 문제가 되자 왕 대변인의 브리핑 <질의응답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선서'(宣誓)가 아닌 '선시(宣示·널리 알린다)'로 정정한 사례도 있다.
귀로 들었다고 말을 함부로 하면 화를 자초 한다. 마음으로 들을 줄도 알아야 한다. 확인도 하지 않고 하는 말은 화를 부른다. 명심보감에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 는 말이 있다.(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한자의 말씀언자는 (言) 두(二) 번 생각한 다음에 천천히 입(口)을 열어야 비로소 말(言)이 된다는 뜻이다. 격과 수준을 의미하는 한자 '품(品)'자는 입(口)'이 세 개 모여 이루어져 있듯이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완성 된다는 점을 우리 모두 아로 새겨야 잘못들은 말에서 오는 화를 에방할 수 있을 것이다.
'column-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상훈 칼럼] 검사스러움에서 대통령스러움으로 (0) | 2022.09.29 |
---|---|
[윤희영의 News English] dog 없는 핫도그와 ham 없는 햄버거 (0) | 2022.09.29 |
[정재학 칼럼] 경제는 기업을 지키는 일에서 시작한다 (0) | 2022.09.25 |
정권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해법 (0) | 2022.09.06 |
[조용헌 살롱] [1363] 정읍 琴朋洞, 두 개의 거문고 (0) | 2022.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