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말 바른 말] [260] '아연실색'과 '질색'
입력 : 2022.09.14 03:30
* 할머니는 추석 때 장을 보러 가서 너무 오른 물가 때문에 (아연질색, 아연실색)했다고 말씀하셨다.
괄호 안에 알맞은 말을 골라 보세요. '아연질색'으로 쓴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으나 '아연실색'이 맞습니다. 아연실색(啞然失色)은 '뜻밖의 일에 얼굴빛이 변할 정도로 놀람'을 이르는 말이에요. 예를 들면 '그녀가 어찌나 아연실색을 하던지, 내가 더 놀랐다'와 같이 써요. '아연(啞然)'은 너무 놀라거나 어이가 없어서, 또는 기가 막혀서 입을 딱 벌리고 말을 못 하는 모양을 뜻하는 부사어예요. 또 '실색(失色)'은 '놀라서 얼굴빛이 달라짐'을 뜻하는 명사고요. 몹시 놀라 얼굴빛이 하얗게 질린다는 뜻의 '대경실색(大驚失色)', 깜짝 놀라 얼굴빛이 창백해진다는 뜻의 '경악실색(驚愕失色)' 등과 같은 말이 있다는 것도 알아두세요.
'아연실색'을 '아연질색'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질색'이라는 말의 영향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러나 '질색(窒塞)'은 '숨이 통하지 못해 기운이 막힘' '몹시 싫어하거나 꺼림'의 뜻으로 '놀라다'는 뜻은 들어 있지 않아요.
[예문]
―잘못을 하고도 사과는커녕 변명뿐인 친구의 태도에 아연실색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을 미적미적 끄는 것은 질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