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6701]책찜질 이야기 발행일 : 2006.02.11 / 여론/독자 A30 면

종이벌레는 여느 벌레와 달리 이승의 지극한 한(恨)이나 원(怨)의 변신(變身)으로 이야기가 많다. 동사(東寺)란 절에 어린 사미가 법화경(法華經)을 읽는데 안경을 뜻하는 애체(??)라는 두 글자에 부딪히면 읽지 못하고 아무리 가르쳐도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밤 스승의 꿈에 노승이 나타나 이 사미는 절 마을에 살았던 한 여인의 후신으로 이 여인이 죽기 전에 읽었던 법화경에 애체란 두 글자를 종이벌레가 파먹어 결해 있었다는 것이다. 왜 종이벌레가 그 두 글자만을 파먹었습니까라고 묻자 한 선비가 절세의 미색을 아내로 맞았는데 눈이 어두워 애체를 구하다가 끝내 못 구하고 품은 한을 종이벌레로 환생, 한풀이를 한 것이라 했다. 스승은 절 마을에 가 사미승의 나이인 17년에 죽었다는 것과 그 여인이 읽었다는 법화경에 애체란 두 글자가 빠져 있음을 확인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종이벌레가 도교의 경전 속에 들어가 신선(神仙)이란 글씨를 파먹으면 몸에 오색이 나는 신선이 된다는 설이 소개돼 있다. 당나라 장역지(張易之)의 아들이 신선이란 글자를 써서 병에 담고 종이벌레에게 먹임으로써 신선이 되려 했으나 정신병자가 되고 말았다.
이처럼 종이벌레의 전생·후생담이 맥락되어 무당굿의 한 유파(流派)를 형성하기도 했는데 곰팡이를 뜻하는 마불림제며 칠석놀이의 명다리 타기, 포쇄놀이 등 기생(寄生) 무속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포쇄가 끝나면 창포(菖蒲)와 천궁(川芎)과 함께 붉은 보에 싸 다시 담았다던데 온고지신으로 그 약효를 현대화해 방(防)곰팡이제를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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