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6697]제비의 슬픔

bindol 2022. 10. 2. 19:44
 

[이규태코너][6697]제비의 슬픔 발행일 : 2006.01.28 / 여론/독자 A22 면

▲ 종이신문보기차에 치인 한 마리 제비를 두고 뭇 제비들이 번갈아 날아와 감싸고 안아 일으키려는 과정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 제비의 슬픔이 세계적인 감명을 불러일으켰다는 보도가 예전에 있었다. 생명 경시의 풍조가 만연하고 희비애락(喜悲哀樂)의 감정이 건포도처럼 말라 비틀어진 현대인의 좌표를 적시해 주는 제비의 슬픔이다. 흥부전에서의 제비의 보은을 두고 한국인의 윤리사상의 투영으로 보는 학자도 있지만 이는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제비의 속성이다. 중국 지지(地誌)들을 보면 새가 효도한 고을이라는 뜻인 금효향(禽孝鄕)이라는 지명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 모두 제비의 보은 이야기에서 비롯된 지명이다. 이를테면 봉화현의 동씨녀(?氏女)가 처녀 적에 남쪽 창 위에 깃들인 제비 한 쌍에게 조석으로 먹이를 주고 대나무를 엮어 제비집을 받쳐 주곤 했다. 해마다 그 집으로 돌아오던 이 제비가 3년째 돌아와서 동씨녀가 없는 것을 알고 울어댔다. 무덤으로 인도하자 그 위를 맴돌며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튿날 가보니 그 한 쌍이 무덤 위에 죽어 있었다.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성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비가 날고 있는 것을 이따금 볼 수 있다. 스칸디나비아의 전설로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 그 위를 날며 “스발라(Console)! 스발라!” 하고 위안하고 다녔다 해서 위안의 새를 뜻하는 스발로(svalow→swallow)가 됐다 했으니 유럽의 전통에도 제비의 정리를 인정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제비는 보은뿐 아니라, 수절도 했다. 수컷을 잃은 암컷은 이듬해에 반드시 홀로 돌아온다는 것이 옛 선비들의 선호하는 시제(詩題)가 됐었다. 또 계집이 게으른 집에는 제비가 깃들이지 않으며, 깃들였다가 도중에 보금자리를 비우고 돌아오지 않으면 가족이 이산하는 등 변고가 닥칠 것으로 가늠했다. 거만하게 고개 쳐드는 것을 두고 중신아비 처마 올려보듯 한다는 속담이 있는데 중신아비가 예비신부의 집에 들면 맨 먼저 처마를 훑어보고 제비집이 있나 없나를 확인한 데서 비롯된 말이다. 곧 생활하고 살았던 제비의 예지 능력이기도 하다. 이지러진 의리 풍토, 정절 풍토, 근면 풍토, 생명 풍토를 고발하는 제비의 슬픔이 아닐 수 없다.

(kyoutaelee@chosun.com)

 

발행일 : 2006.01.28 / 여론/독자 A22 면
▲ 종이신문보기차에 치인 한 마리 제비를 두고 뭇 제비들이 번갈아 날아와 감싸고 안아 일으키려는 과정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 제비의 슬픔이 세계적인 감명을 불러일으켰다는 보도가 예전에 있었다. 생명 경시의 풍조가 만연하고 희비애락(喜悲哀樂)의 감정이 건포도처럼 말라 비틀어진 현대인의 좌표를 적시해 주는 제비의 슬픔이다. 흥부전에서의 제비의 보은을 두고 한국인의 윤리사상의 투영으로 보는 학자도 있지만 이는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제비의 속성이다. 중국 지지(地誌)들을 보면 새가 효도한 고을이라는 뜻인 금효향(禽孝鄕)이라는 지명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 모두 제비의 보은 이야기에서 비롯된 지명이다. 이를테면 봉화현의 동씨녀(?氏女)가 처녀 적에 남쪽 창 위에 깃들인 제비 한 쌍에게 조석으로 먹이를 주고 대나무를 엮어 제비집을 받쳐 주곤 했다. 해마다 그 집으로 돌아오던 이 제비가 3년째 돌아와서 동씨녀가 없는 것을 알고 울어댔다. 무덤으로 인도하자 그 위를 맴돌며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튿날 가보니 그 한 쌍이 무덤 위에 죽어 있었다.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성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비가 날고 있는 것을 이따금 볼 수 있다. 스칸디나비아의 전설로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 그 위를 날며 “스발라(Console)! 스발라!” 하고 위안하고 다녔다 해서 위안의 새를 뜻하는 스발로(svalow→swallow)가 됐다 했으니 유럽의 전통에도 제비의 정리를 인정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제비는 보은뿐 아니라, 수절도 했다. 수컷을 잃은 암컷은 이듬해에 반드시 홀로 돌아온다는 것이 옛 선비들의 선호하는 시제(詩題)가 됐었다. 또 계집이 게으른 집에는 제비가 깃들이지 않으며, 깃들였다가 도중에 보금자리를 비우고 돌아오지 않으면 가족이 이산하는 등 변고가 닥칠 것으로 가늠했다. 거만하게 고개 쳐드는 것을 두고 중신아비 처마 올려보듯 한다는 속담이 있는데 중신아비가 예비신부의 집에 들면 맨 먼저 처마를 훑어보고 제비집이 있나 없나를 확인한 데서 비롯된 말이다. 곧 생활하고 살았던 제비의 예지 능력이기도 하다. 이지러진 의리 풍토, 정절 풍토, 근면 풍토, 생명 풍토를 고발하는 제비의 슬픔이 아닐 수 없다.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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