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6698]쿵! 쾅! 벌금

bindol 2022. 10. 2. 19:43
[이규태코너][6698]쿵! 쾅! 벌금 발행일 : 2006.02.01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땡그랑 울릴 제면 또 울릴까 맘 졸이고 끊일 젠 또 들리리라, 소리 나기 기다려서 밤새도록 풍경소리 데리고 잠 못 이뤘다는 성불사의 밤. 그 풍경소리를 두고 노산 이은상처럼 아름다운 시로 승화하기도 하지만 사람에 따라 안면방해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십수년 전 일본에서 이 풍경소송이 실제로 있었는데 산중에서 짐승에게 건물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풍경이 도심에서는 그 본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 일과성이 아니라 주야로 들어야 하고 사람에 따라 듣기 좋은 소리만은 아니라는 점, 그 소리를 정서나 종교적 심정으로 수용하는 사람보다 소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을 들어 원고 승소를 내렸었다. 중국의 유일한 여황제 측천무후(則天武后)가 성불(成佛)기도를 하는데 귀뚜라미가 요란스레 우는지라 자신의 성불을 방해하는 대역행위라 하여 천하의 귀뚜라미 포살령을 내린 일도 있었다.

이처럼 정서적 자연음을 둔 공감대도 이지러진 지 오래인 오늘날인지라 아파트 위층에서 전도되는 ‘쿵! 쾅!’ 아이들 뛰노는 소음에 10만원을 물린다는 소음 벌금은 서로가 기르는 철없는 아이들 행위라는 또 하나의 공감대를 깨뜨리는 것이 된다. 남을 배려하는 가정교육 없이 옥이야 금이야 내 자식 위주로 기르는 양육풍토에서 ‘쿵! 쾅!’ 벌금은 후유증과 불만의 씨앗으로 부풀어 나갈 것이다.

법도 있는 집에서는 살림하면서 이웃에 들리지 않게 조심하는 여섯 차사(遮事)라는 게 있어 시집갈 때 친정에서 전수시키게 마련이었다. 이웃들이 논밭에 나가 있을 때를 골라 다듬이질하고 성행위를 상징하는 절구질은 상스럽다 하여 아예 종의 집에 가서 찧어오게 했다. 닭 잡을 일이 있으면 닭이 잠든 후 소리 낼 틈을 주지 않게끔 잡게 했으며 고기를 다질 때는 대문 중문 부엌문을 닫고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했다. 종을 나무랄 때 뒤란에 데리고 가 낮은 소리로 나무랐고 며느리의 불만표시인 개 배를 찰 때 부엌문을 닫아 이웃에 들리지 않게끔 배려했다. 이 같은 여섯 차사에 비기면 ‘쿵! 쾅!’ 벌금은 약과랄 것이다. 문제는 남을 배려하는 버릇을 들이는 일이 선행됨으로써 국제화 사회에 있어 한국인의 공통 결함을 근본 해소시키는 일일 것이다.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