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6700) 신용 교육 발행일 : 2006.02.08 / 여론/독자 A30 면

육의전에는 상인들이 공동으로 모시는 재신당(財神堂)이 있었는데 그 제사가 있는 날 육의전 상가의 자녀들에게 신용을 가르치는 행사가 벌어졌었다. 신당 옆에 굵은 가지들이 뻗어 있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서 있었는데 아이들로 하여금 그 나무에 올라가 나뭇가지를 붙들고 늘어지게 한다. 그리고 가지 끝으로 조금씩 옮겨가도록 시킨다. 그러는 동안 바지 끈이 느슨히 늘어져 바지가 벗겨지고 그것을 보고 행인들이 손가락질하며 비웃어도 손을 놓을 수 없다. 그리고 더 이상 갈 수 없는 가지 끝에 이르면 한 손을 놓으라 시킨다. 가혹한 시련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복(福)가지타기’라 했는데 일단 복인을 잡으면 그 복인을 놓지 말기를 가지타기처럼 하라는 신용 교육이다. 어떤 고통도, 어떤 위험도, 또 어떤 창피도 무릅쓰고 신용을 지키라는 전통교육인 셈이다.
이처럼 신용=행복이라는 등식이 어려서부터 주입됐어야 하는 데는 예나 지금이나 또 동서양이 다를 것 없다. 한데 핵가족화로 부모로 하여금 과보호를 불가피하게 한 데다 무형의 카드문화가 상승(相乘)하여 자라나는 세대에게 신용감각을 무디게 하여 카드 대란과 인간 파멸을 동시에 진행시켜 왔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신용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뒤늦은 감이 있으며 초등학교, 아니 더 어릴 적부터 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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