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6677]호랑이와 한국인

bindol 2022. 10. 3. 05:43
[이규태 코너][6677]호랑이와 한국인 발행일 : 2005.11.21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존 센트 미바드라는 동물학자는 호랑이·표범·치타 같은 고양잇과 맹수들은 은혜를 갚을 줄 안다는 것이 공통된다 하고 그 사례를 보고하고 있다. 아프리카 밀림에서 치타 새끼 암놈을 주워다가 가라야카로 이름을 지어주고 길러서 밀림에 시집보냈더니 새끼들 거느리고 친정을 찾아오곤 해서 한때 세계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우리나라에 흔한 호랑이 보은 이야기가 한 설화 유형(類型)을 이루고 있을 만큼 다양한 것은 그 도덕성이 별나게 뛰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계룡산 동학사 뒤에 있는 오뉘탑은 호랑이가 목에 걸린 뼈를 뽑아 준 스님에게 보은으로 여인을 업어다주었더니 오뉘를 맺고 함께 살면서 불범(不犯) 동정을 지켜낸다는 신앙담의 고장이다. ‘사람이 호랑이를 잡는 것은 부도덕이지만 호랑이가 사람을 잡는 것은 도덕적’이라고 말한 생물학자 올더스 헉슬리는 호랑이가 사람을 해치는 것은 새끼가 젖을 갓 떼어 먹이잡이 교육을 받을 때 포악해져 인축을 해친다 하고 ‘동양의 호랑이는 상을 입고 있는 상주는 해치지 않을 만큼 도덕적’이라고 했다. 그래선지 호환을 당하면 호랑이를 나무라기 전에 피해자의 도덕적 결함을 먼저 따졌었다.

만주 땅에 살았던 백계 러시아인 바이코프가 쓴 ‘위대한 왕’이라는 논픽션이 있다. 우연한 기회에 백두산 호랑이 새끼를 주워다가 기르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논픽션은 인간과의 감동적인 교류의 엮음이다. 이마에 난 줄무늬가 ‘王大’로 보여 이름이 왕대인 이 백두산 호랑이를 자연에 돌려주고 그 뒤를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는데 사라진 새끼가 기차 때문에 죽었다 여겼던지 기차만 지나가면 철길에 버티어 대결하는 바람에 기관차를 세우곤 했다는 대목은 눈물겹기도 하다. 호랑이에 대해 조예가 깊었던 바이코프는 ‘시베리아 호랑이는 야수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백두산 호랑이는 사람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한 심지와 정이 있다’고 했다.

그래선지 한국 사람은 호랑이를 산신령 또는 산군으로 받들었고 백두산 근처에서는 노야(老爺) 대부(大父) 외숙부(外叔父)로까지 존대했으니 한국인의 호랑이관(觀)이 한국 호랑이의 기성(氣性)을 창출했다고도 볼 수 있다. 후진타오 주석이 선물한 백두산 호랑이 암수 한 쌍이 엊그제 귀빈 대접을 받고 공수됐다 해서 한국 호랑이의 문화적 위상(位相)을 가려 보았다.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