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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6625>한복 입은 마리아

bindol 2022. 10. 5. 09:01
[이규태코너]<6625>한복 입은 마리아 발행일 : 2005.07.20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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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살았을 때 이스라엘 여성들의 옷차림은 어떠했을까. 다니엘 로브스의 ‘예수시대의 일상생활’에 보면 자루처럼 생긴 속옷 차림으로 살다가 외출하거나 예배를 볼 때 가운 같은 겉옷을 입는다. 그 가운 위에 띠를 두르고 면사포를 어깨까지 늘이고 나다녔다. 라파엘로의 성모상이나 마르티니의 ‘수태고지(受胎告知)’, 프란체스카의 ‘자비의 마리아’ 등을 보면 붉은 속옷에 푸른 겉옷을 걸치고 있는데 후세에 신인합일(神人合一)의 상징색으로 선택된 옷색이요, 예수 시절에는 물들이지 않은 양털이나 아마(亞麻)의 원색이었다. 마리아 신앙이 토착화하면서 나라에 따라 그 지역의 옷이나 체형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르네상스 이후다.

지하묘지의 벽화로 시작된 마리아상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양팔을 펴고 그 아래 작은 모습으로 신도가 그려진 초기의 ‘마리아 오란스형(型)’, 왼팔에 아기 예수를 안고 서 있는 ‘인도하는 마리아형’, 안긴 아기 예수와 볼 대기를 하고 있는 ‘자비로운 마리아형’, 13세기 이후로 나타난 아기 예수를 안고 ‘앉아 있는 마리아형’, 르네상스 시기에 들어 종교적 색채보다 인간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인간 마리아형’이 그것이다.

치마 저고리 입은 한국 어머니가 아기 예수를 등에 업고 유방을 반쯤 노출한 채 물동이 이고 있는 한국화된 마리아상이 조각되어 로마 바티칸에 세워지게 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마리아 신앙의 세계화를 말해주기도 하는 이 한복 마리아상에서 잊어서는 안 되는 마리아 토착화의 한국사를 되뇔 필요를 느낀다. 초기 박해 천주교시대에, 예수에의 참귀의는 마리아의 동정을 구현하는 것이라 하여 성처녀가 양산되었었다. 시집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거센 전통과 싸우며 3년 동안 거짓 앉은뱅이 노릇으로 이겨낸 이(李)바발라, 혼담이 나올 때마다 삭발 저항했던 김(金)루리타, 아예 시집간 것처럼 쪽을 찌고 이사가서 살았던 정순매(鄭順每), 이성에게 유혹을 느낄 때마다 가죽 회초리로 등짝을 쳐 피를 흘렸던 정(丁)엘리사베타, 이(李)루도갈도는 신랑과 첫날밤 동정(童貞) 결혼 계약을 맺고 4년간 오누이처럼 살면서 유혹을 감내하는 옥중기를 남기고 순교했다. 한국에 이 같은 가공할 정신사를 남긴 한복 입은 마리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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