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말 바른 말

[예쁜 말 바른 말] [263] '심심하다'

bindol 2022. 10. 6. 09:46
 

[예쁜 말 바른 말] [263] '심심하다'

입력 : 2022.10.05 03:30
오는 9일은 제576돌 한글날입니다.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은 우리말과 한글의 가치를 우리는 제대로 인식하고 있을까요? 최근 한 소셜미디어에서는 '심심(甚深)'이라는 낱말의 뜻을 모르는 다수의 사람들이 '심심한 사과'가 이상한 표현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됐어요. 이로 인해 한자어에 대한 이해나 문해력의 부족이 문제라며 국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기도 했는데요.

주로 '심심한'의 꼴로 쓰이는 '심심(甚深)하다'에는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이 있어요. '심심한 감사'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와 같이 쓰지요.

반면 순우리말인 '심심하다'는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뜻이에요. 유의어로는 '권태롭다' '따분하다' 등이 있지요. 또 '음식 맛이 조금 싱겁다'라는 뜻도 있어요. 간혹 '슴슴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비표준어예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나물을 슴슴하게 무쳤다'와 같이 '심심하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문화어(북한의 표준어)래요. '명절을 슴슴하게 보내지 말고 재미있게 놀자'와 같이 '인상에 남을 만큼의 흥취나 멋이 없다'라는 뜻으로도 쓰이고 있답니다.

<예문>

"예약 과정 중 불편을 끼쳐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 말씀을 드립니다."

­사장은 직원들에게 "그동안의 노고에 심심한 경의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입이 심심하다'라는 말은 '무엇이 먹고 싶어지다'라는 뜻을 가진 관용구이다.

­엄마는 아빠의 고혈압이 걱정된다며 반찬을 심심하게 만든다.

류덕엽 교육학 박사·전 서울 양진초 교장